매년 이맘때가 되면 어린시절 추억을 떠올리곤 한다. 세월이 많이 지났지만, 시골 할머니댁에서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갈수록 명절 분위기가 나지 않는 요즘은 더더욱 그때의 추억이 그립기만 하다.
자가용이 없어서 삼촌들 차를 얻어타고 가거나 버스를 몇번이나 바꿔타고 간 시골은 어느 놀이동산보다 재미난 곳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사촌 동생들과 육촌 형누나. 같은 또래의 우리는 산과 들을 옮겨다니며 열심히 뛰놀았다.
추석 때는 뒷산 가득 열렸던 밤을 주워서 장작불에 구워먹기도 하고, 도토리를 줍겠다고 올라간 산에서 굴러넘어졌던 기억도 난다. 설 명절에는 비료 포대를 깔로 눈썰매 타기 바빴다. 또 부모님 몰래 읍내로 가는 버스를 타고 나가 사온 불꽃놀이 재료들은 어른들에게 야단은 맞았지만, 매번 명절이 기대되는 메인 이벤트였다.
손주들을 기다리며 아궁이에 불을 넣고 있던 할아버지, 직접 송편을 빚고, 떡국떡을 일일이 자르고 있었던 할머니. 오랜만에 만난 식구들은 평소에 잘 볼 수 없었던, 밝디 밝은 얼굴로 서로에게 안부를 물었다. 옹기종기 모여 앉은 방은 좁았지만,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요즘은 쉽게 볼 수 없는 모습이다. 그래서 더 아쉽기만 하다. 다들 바쁘게 살아가고, 세상 또한 바삐 흘러간다지만, 너무 조용해져버린 명절이 슬프게만 느껴진다. 예년보다 짧은 이번 추석 연휴, 짧지만 옛 추억을 떠올리며 고향을 찾아보면 좋겠다. 또 모처럼 가족들과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며 사랑을 확인하는 시간을 보내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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