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재능도 없는 제가 무엇으로 주님께 감사드리는 삶을 살까 하고 생각한 끝에 수녀님이 하시는 예비자 교리반 봉사를 하겠다고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수녀님이 흔쾌히 허락해 주셨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도 앉아서 기다리지 말고 찾아 나서야 한다고 말씀하셨으며, 신부님께서도 그리스도의 향기를 퍼뜨리는 삶을 삶으로써 선교하고, 쉬는 교우들이 성당에 나오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하는 공동체를 만들자고 강조하곤 하셨습니다.
우리 본당에는 다양한 교리반이 있습니다. 정해진 요일과 시간에 맞추어 성당에 나와서 하는 교리가 있고, 연로하거나 여러 사정으로 교리반에 못 나오는 예비자는 가정이나 사무실로 방문하여 교리를 하고, 야근이나 3교대로 일하는 이들을 위한 개인교리 그리고 교리에 빠졌을 경우 이들을 위한 보충교리반이 있습니다.
예비자 입교식 때 신자 한 사람이 예비자 한 사람을 인도하자는 지향으로 미사 30분 전에 묵주기도 5단과 선교를 위한 기도로 온 신자들이 마음을 모아 기도드리며 누구를 인도할까 하고 고민하다가 문득 사위가 떠올랐습니다. 처음에는 내 식구라 해도 남보다 더 어렵고 조심스러워서 말이 나오지 않았지만, 기도를 열심히 하고 교우들과 함께 사위를 방문하여 예비자입교식에 나오라고 했더니 장모 처지를 생각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선뜻 교리에 나오겠다고 하여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바쁜 중에도 열심히 교리를 듣고 세례를 받아 지금은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한 어르신은 성당에 나오기가 쑥스럽다 하여 사무실로 직접 방문하여 교리를 해 드렸습니다. 노트북과 빔프로젝터를 들고 사무실 벽면에 영상을 비추어 교리를 하였고 또 그 어르신의 살아오신 이야기도 들으며 열심히 교리를 하였는데 세례식 때 무척 감격스러워하셨습니다. 지금은 열심히 선교하면서 가두선교활동도 함께 하시는데, 만나는 사람들에게 천주교가 제일 좋다며 선교도 잘하고 계십니다.
또 한 할머니는 글씨도 모르고 치매기도 있으셨지만 따님이 어머님께 세례주기를 원하여 방문교리를 하였습니다. 교리를 하러 가면 예수님이 오셨다며 너무 반가워하는 어르신께 성호경과 기도문을 가르쳐드리면 “아멩, 아멩”하며 얼마나 열심히 따라 하시는지…, 천진난만한 아기처럼 귀여운 분이셨습니다. 교리를 마치고 나오면 우리가 안 보일 때까지 문밖에 나오셔서 손을 흔들어주셨습니다. 세례를 받으실 때도 너무나 기뻐하셨습니다. 지금은 한 달에 한 번 봉성체를 하고 계십니다.
또 어떤 경우는 집이 너무나 멀고, 일이 많아 세례를 받고 싶어도 교리에 못 나오시는 분이 있었습니다. 그 집 두 딸 아이가 첫영성체를 받아야 했기에 일이 다 끝난 밤에 방문교리를 하였습니다. 두 딸 아이와 아빠를 위하여 벽에 영상을 비추어 교리를 하고 돌아올 때는 무척 캄캄했고 어떤 날은 비가 많이 와서 길에 물이 범람하여 무서울 때도 있었지만 참으로 보람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5일 시장이 서는 할머님댁에 가서도 방문교리를 하였는데, 그 집에는 여러 어르신이 모여 화투를 치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수녀님과 간식거리를 사들고 방문하여 성당이야기, 천국이야기를 들려드리기도 하고 묵주기도도 함께 바쳤습니다. 어떤 날에는 교리 받으시는 할머니께서 병원에 가실 일이 있을 때 휠체어에 태워 모시고 가기도 하였는데 이것을 본 한 어르신도 그 모습이 보기에 좋으셨는지 함께 성당에 나오셔서 교리를 듣고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또 다른 분들은 나중에 아드님께 물어본 후 성당에 나오겠다고 하셨습니다.
앞으로도 방문교리 하실 분이 세 분이 더 계십니다. 한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서는 세상 끝까지라도 가겠다고 하신 성녀 소화 데레사의 말씀처럼, 영혼들의 구원을 위하여 오늘도 내일도 신나게 교리봉사를 하겠습니다. 이렇게 보람된 선교봉사를 하게 해 주신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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