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 대학후배로부터 뜬금없는 전화를 받았다. 자기가 성당에서 세례를 받게 됐는데, 대부를 서 달라는 것이었다. 졸업 후 거의 15년 동안 연락이 없던 터라 나에게 연락한 이유가 궁금했다.
오랜만에 만난 후배는 곧 결혼을 할 예정이고, 배우자 될 사람이 천주교 신자이며 같은 신앙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여겨 세례를 받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부를 정해야 하는데, 내가 갑자기 떠올라 내 연락처를 수소문해 연락하게 됐다고 했다.
후배가 보기에는 내 모습이 언제나 올곧고, 정의로우며, 항상 기쁜 모습이었고, 성당 활동을 열심히 하는 모습이 좋아보였다며 낯부끄러운 칭찬을 했다. 나로 인해 천주교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었으며, 그 때문에 아내가 될 사람이 입교를 권유했을 때 망설임 없이 예비자 교리를 받았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나처럼 성실한 신자가 되고 싶어 대부를 청하노라고 했다.
나는 어디 쥐구멍이라도 들어가 숨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나를 좋게 기억해 준 후배가 고마워 기쁜 마음으로 대부를 서주겠노라고 답했다. 후배를 만나고 돌아오면서, 괜히 마음이 뿌듯해졌다. 나의 삶과 신앙생활을 통해 한 사람이 가톨릭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계기가 어떻든 간에 신앙을 받아들이게 됐다는 사실에 묘한 흥분을 느꼈다.
그러면서, 선교가 별게 아님을 느꼈다. 우리가 가톨릭 신자로서 바르고 기쁘게 살아가면, 이웃에게도 정의와 기쁨의 바이러스를 쉽게 전파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신앙을 씨앗을 퍼뜨릴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씨앗의 싹을 틔우는 일도 중요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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