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아세례를 받았다. 할머니께서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관계로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할머니 손에 이끌려 성당에 나가게 된 나는 주일학교에 나가고, 복사단 활동을 하게 되면서부터 누구보다 성당에 열심히 다녔다.
방학이건 학기 중이건 새벽미사 복사는 내가 도맡아 할 만큼 열심이었고, 그 시절 내가 머물던 장소는 오직 이 세 곳, 집과 학교 그리고 성당뿐이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그저 성당이 좋았고 예수님이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친구들이 놀러 오라고 할 때도 오히려 그 친구들을 성당으로 불렀고, 친한 친구들을 성당에 데리고 나갔다. 좋은 것을 함께 나누려는 마음에서였다. 그것이 일종의 선교활동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어른이 되고 나서는 선교하라고 하면 망설이게 되고, 도무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열성적인 신자라 자부할 처지는 못 되지만 나름 성실하게 신앙생활하고 있다고 은연중에 생각하던 터였다. 하지만 선교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못한 채 지낸 것도 사실이거니와, 직접 선교할 생각은 더더군다나 해본 적이 없었다.
돌이켜보니 현재의 나는 신앙을 그만큼 좋은 것으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신앙을 주변 사람들에게 전하려는 마음도 약한 것이리라. 선교를 하기에 앞서 한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그것은 바로 신앙의 기쁨이었다. 어린 시절 성당이 좋아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친구들을 성당으로 이끌었던 것처럼, 우선 신앙이 나에게 기쁘고 좋은 것이어야 주변 사람들에게 선교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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