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5일 오후 경기도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는 20명이 넘는 한국 주교단이 함께한 가운데 ‘광복·분단 70년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가 봉헌됐다. 이 땅의 평화 통일을 향한 한국교회의 다짐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북녘땅이 지척인 곳에서 이렇게 많은 주교들이 함께한 가운데 미사가 봉헌되기는 이례적이다. 그만큼 이 땅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기울이고 있는 한국교회의 관심이 지대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자리에서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광주대교구장)는 ‘구체적인 노력’ 없이 ‘언젠가 통일이 되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은 그리스도인으로서 무책임한 자세임을 역설했다. 아울러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는 어느 특정 정치집단의 정략적인 실익을 따지거나 북한의 붕괴만을 기다려서는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 적확한 인식이다. 광복과 분단 70년을 맞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이 걸어온 민족화해 여정을 되새겨 보면 김 대주교의 말에 공감이 가지 않을 수 없다.
그간 한국교회는 우리 사회 안에서 그 누구보다 앞장서 민족화해 여정을 개척해왔다. 지난 1995년 3월 1일 서울대교구가 민족화해위원회를 출범시켜 민족화해 여정에 새로운 길을 내기 시작한 이래, 교회는 오랜 세월 증오와 대립으로 살아온 우리 민족에게 화해 정신을 파급시키는 선구적 역할을 해왔다. 올해 들어서도 6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묵주기도 8천만 단 바치기’ 운동을 펼치며 분단으로 갈라진 마음을 한데 모으는 일에 나서고 있다.
이번 미사를 계기로 한반도 평화가 우리 민족 모두에게 있어 중차대한 사안임을 다시 한 번 돌아보길 바란다. 나아가 민족의 생존과 이 땅의 평화 통일을 위한 새로운 불쏘시개를 마련하는 기회로 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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