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가요 ‘비 내리는 고모령’의 배경이 되는 그 고개는 대구 수성구 만촌동에 있지요. 그곳에 사는 여든셋 드신 어머니가 며칠 전에 심장판막 접합수술을 하셨습니다. 한 달에 한 번꼴로 내려가는 만촌동 집에서 언제부턴가 어머니가 밤새도록 주무시지 않고 방과 거실을 오가며 중얼거리는 걸 봤습니다.
혹시 치매가 아닐까 걱정이 돼 형님과 상의한 끝에 검사를 받도록 했습니다. 의사가 치매 증상이 아니고 심장판막이 완전히 떨어져 나가 피가 역류해 몹시 고통스러워서 그리하셨을 거랍니다. 고령이어서 위험한 수술인 데다 잘돼도 오래 사실 순 없다지만 우리 형제자매들은 무조건 어머니의 멍에를 벗겨 드리고 싶었죠.
베이비부머 세대의 대다수 어머니들은 자신들의 삶을 살지 못했습니다. 저의 어머니를 사례로 들어봅니다. 1953년부터 1962년까지 내리 5남매, 1969년과 1971년에 늦둥이들을 낳았으니 임산부로만 14년을 보냈네요.
살림살이라도 넉넉했나요? 교편을 잡은 아버지의 박봉으로 자식들을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기 위해 하숙을 치는 등 온갖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으셨죠. 그래서 어머니는 더욱더 하느님께 의탁하며 사셨나 봅니다.
자식 중 한 명은 꼭 하느님께 봉헌하고 싶었지만 그 꿈도 끝내 이루지 못했고요. 어머니는 극심한 고통을 겪으면서도 몇 달 전 여동생에게 “용돈을 아껴 아무것도 해준 것 없는 막내에게 남겨주고 싶다”는 또 다른 꿈을 얘기했답니다. 이미 상당한 금액을 모아두고서요. 어머니의 마지막 꿈은 반드시 이뤄질 거예요. ‘어머님의 손을 놓고 돌아설 때엔 부엉새도 울었다오 나도 울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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