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죽은 이들을 기억하고 언젠가 우리에게도 닥쳐올 죽음을 묵상하는 위령성월이 다가왔다. 이 기간 동안에는 지상에 살아있는 우리들 또한 죽음에 대해 깊이 묵상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죽음은 인간의 한계 상황 중 가장 힘들고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다. 회피하고 거부한다 해도 그 스스로 인간 실존 자체에 심각한 문제를 제기해 올 뿐이다.
그렇다면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인들에게 있어서 죽음은 어떤 의미인가. 가톨릭교회 교리서는 죽음을 ‘지상 순례의 끝인 동시에 자신의 궁극적 운명을 결정하라고 주는 은총과 자비의 시간의 끝’이라고 밝힌다. 영원한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 자비롭고 의로운 하느님과 결정적으로 만나는 사건이라는 것이다.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교황 즉위 전 학자 입장에서 죽음에 대한 의견을 피력한바 있다. “인간은 하느님 사랑과 자비의 손길로 다가가려는 자유로운 행동을 하며 이것이 죽음의 신학을 드러내는 중심의 신비”라고 했다.
위령성월을 맞으며, 죽음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살펴보면서 신앙인들이 염두에 둘 것은 현세 삶의 의미와 중요성이다. 삶의 충실성을 통한 희망과 사랑 믿음 없이는 죽음이 갖는 올바른 신앙적 의미를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은 죽음을 이기는 희망을 소유하기에 그리스도인은 희망하는 사람”이라고 했던 사도 바오로의 말을 기억하자. 그러한 희망에는 죽음을 극복하는 희망에 대한 확신과 의지 그리고 믿음의 생활이 요구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저 일상적으로 전례시기에 따라 지내는 위령성월이 아니라, ‘오늘은 나, 내일은 너’(Hodie mihi Cras Tibi)의 격언을 되새기며 그리스도인이 가져야 할 죽음의 진정한 의미를 새롭게 하는 위령성월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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