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어머님, 그곳은 평화 그 자체이시죠? 어머님께서 선종하셨던 나이에 제가 왔습니다.
시집오던 날부터 돌아가시기까지 함께 살면서 본당의 크고 작은 일들을 도맡아 해 오셨지요? 올해로 61주년 본당의 날 바자를 개최한답니다.
여기저기 어머님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던 세월이 20년이 되어 갑니다. 이제 친구분들도 모셔 가시고 몇 어르신께서 “네 시어머니는 잘 가셨지” 하고 말씀하시는 뒷모습은 왠지 짠하기도 하답니다.
사랑하올 어머니,
어느새 어머님의 모습이 제 모습이 되어 있네요. 딸하고 다니는 것 같다고 입에 올리면 나도 늘 좋지는 않지만, 지도 힘들 거라며 끌어 않으셨고, 10년이 지난 어느 날 저의 손을 잡으시고 “내 비위 맞추느라 고생 많았다” 하셨을 때, ‘아 나를 알아주시는구나’ 하는 마음에 팔던 물건 다 팔았을 때처럼 홀가분함에 뿌듯함이 가슴 가득했던 기억을 붙들게 됩니다.
어머님과 함께 지냈던 시간이 그립습니다. 당신께서 그토록 아끼시던 손녀, 세 아이의 엄마가 되어 직장생활에, 주일학교 자모회에 동동거리는 모습이 또한 저의 모습이 되어 있습니다. 금이야 옥이야 아끼던 손자, 꼭 사제가 되게 하라 하셨지만 두 딸의 착한 아빠로 잘살고 있답니다.
사랑해올 어머니,
당신께서 남기셨던 유언을 따라 재속회 회원이 되어 프란치스코 성인의 삶을 공부하고 어머님께서 걸으셨던 길 따라 걸으며 늘 함께하고 있습니다. 어머님 그거 아시죠?
어려움도 기쁨도 아픔도 어머님과 함께했기에 저는 그 시간을 재산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부활 아침, 친구분들과 교우분들이 선종 기도를 바치는 중에 고이 가신 어머님께서 본당에 별로 떨어졌다 하시며 한동안 어머님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갑자기 가신 아픔으로 몇 개월을 헤매던 아범은 동생들과 자주 만나며 많은 이들이 부러워하는 가족으로 잘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는 하늘나라에서 기도하시는 어머님의 은혜라고 하는 말 저 역시 믿어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리운 어머님!
하늘에 떠다니는 뭉게구름을 타면 어머니를 뵐 수 있을까요? 살랑거리는 바람에 몸을 실으면 뵐 수 있을까요? 꿈속에서라도 뵙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립습니다. 사랑합니다.
잘 익은 가을 녘에 큰 며느리 막달레나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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