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프란치스코가 알츠하이머 치매 판정이 내려졌을 때 여러 가지 정황으로 미루어 이미 예견한 일이었지만, 그래도 한 가닥 희망으로 아니기를 간절히 바랐었다. 일이 닥치면 어찌해야 좋을지 나는 바보가 되어 남편의 기억력이 자꾸 감퇴되어가는 것을 믿고 싶지 않았다. 대소변을 못 가리고 사랑하던 아들딸도 못 알아볼 때는 정말 감당하기 너무 힘들어 성당에서 호스피스 회장님을 맡고 계신 분의 조언에 따라 결국 집에서 가까운 요양원으로 갔다.
날마다 한 번씩 내가 가면 “나 집에 데려다줘…” 할 때마다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도우미 아주머니가 “이분 누구예요?” 하고 물으면, 자랑스럽게 “내 아내” 또는 “우리 집사람” 하고 천진한 어린애처럼 웃었다. 그러다가 넘어져서 넓적다리관절이 부러졌다.
인공관절 수술을 했지만, 꼭 걸어야겠다는 본인의 의지가 없어 결국 휠체어에 의지하면서 몸도 마음도 점점 쇠약해졌다. 재활운동을 할 수 있는 요양병원으로 옮기면서 집에서 멀리 떨어지게 되어 거의 매일 찾아가서 만났는데 대중교통이 마땅치 않다는 핑계로 일주일에 한 번 아이들 차편에 찾아가고부터 말수가 적어지고 감정표현도 잘 하지 않자 도우미 아주머니가 “이분 누구세요?” 하고 물어도, 말을 않는다. 재차 묻고 또 물어보면 ‘마누라’ 퉁명스럽게 내뱉는다.
‘마누라’라는 호칭을 한 번도 안 써본 사람이 퉁명스럽게 내뱉던 말이 내 가슴 깊이 박혀, 하느님 품에 안긴 지 5년이 되어서도 지금도 나를 아프게 한다. ‘마누라’라며 퉁명스럽게 내뱉은 그 말속에는 나에 대한 서운함과 세상을 향한 한이 맺힌 듯하다. 1980년 8월 남편은 잘 다니던 방송사에서 하루아침에 해직되면서부터 정신적인 충격에 우울증으로 수면제를 복용했다. 지금도 나를 괴롭히는 것은 ‘정말 나는 남편에게 최선을 다했는가’ 하는 자책감에 용서를 빌고 싶은 그리움에 위령의 달이 되면 더 마음 아프다.
“여보, 잘 있죠?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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