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마태 18,20).
18년 전쯤 동대문구 이문동에서 호텔 출신 요리사 막냇동생을 앞장세워 부업으로 횟집을 운영했습니다. 당시 단골이었던 동장 파출소장 구의원 지역유지 몇 분과 지금까지도 정기 모임을 갖습니다. 서로 돌아가며 음식점으로 초대해 가정 건강 사회문제를 주제로 가볍게 담소를 나누는 모임인데 딱히 지을 만한 이름이 없어서 그냥 무명회로 하기로 정했습니다. 함께 보낸 세월만큼이나 서로에 대한 존경과 신뢰가 두텁습니다. 3년 전 가톨릭신자 언론인 몇몇이 각자 따로 만나는 번거로움을 줄여보자는 취지에서 정기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운영방식은 무명회와 비슷한 데 가톨릭언론인 7명으로 모임을 시작했다고 까칠회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무명회는 친목 모임인 반면 까칠회는 친교 모임입니다. 친목과 친교 모두 사전적으로는 친하게 사귀는 교분, 곧 정분을 이릅니다. 하지만 가톨릭교회에서의 친교는 ‘하느님과의 사귐’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특징이나 관심사, 결론 도출 방식에서 두 모임은 다른 점이 많습니다. 무명회는 사람이 중심이지만 까칠회는 하느님께서 모임을 주재하십니다. 무명회는 노후대책에 관심을 두지만 까칠회에서는 사후대책을 주로 얘기합니다. 절대적 정의만 강조하는 무명회와는 달리 까칠회에서는 정의보다는 사랑을 얘기하고, 심지어 사랑 없는 정의는 올바른 정의가 아니라고 입을 모읍니다. 지금 이 순간, 모임을 마치고 헤어지기 전 모든 까칠이들이 손에 손잡고 부르는 끝기도 ‘살베 레지나’를 흥얼거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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