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고 없어진 듯이 보이지만 분명 하느님 안에 살아있을 북녘 교회와 영적으로 연대하기 위한 운동이 본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서울대교구는 11월 17일 마련된 기자간담회에서 ‘내 마음의 북녘 본당 갖기 기도운동’을 공식화했다. 신앙의 자유를 누리고 있는 남녘 신자들은 이 운동을 통해 북녘땅에 있던 한 본당을 선택해 이 본당의 영적인 신자가 돼 그 본당이 다시 회복되기를 기도하게 된다. 숨죽인 채 신앙생활을 하고 있을 북녘 신자들과 믿음 안에 하나 되어 나눔을 실천하자는 것이다. 지금도 북녘에서 순교자적인 삶으로 신앙을 지켜오고 있을 이들을 기억하고 함께하자는 구체적 실천 운동이라 할 수 있다.
1945년 광복 후 북한 지역에는 57개 본당과 약 5만2000명의 신자들이 있었다. 현재는 극소수만이 힘겹게 신앙을 이어오고 있을 것으로 짐작할 뿐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대교구가 사그라져가는 북녘 교회와 영적 연대를 위해 나선 것은 민족의 화해를 위한 여정에 새로운 길을 내는 역사적인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은 걸음은 평화 통일을 위해서는 정치적·제도적 문제에 앞서 우리의 갈라진 마음부터 한데 모으는 데서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는 판단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잘 알려진 대로 한국교회는 분단 70주년을 맞기까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1995년 3월 1일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한국교회는 역사의 중요한 시기마다 민족화해를 위한 새로운 길을 개척하며 통일을 향한 희망의 장정을 이끌어 온 게 사실이다.
북한 신자들 사이에서 성령의 불꽃이 꺼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은 한 형제인 우리의 소명이다. 기도운동에 적극적인 관심을 통해 북녘 교회에 하느님을 찬미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거룩한 제사가 봉헌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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