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쯤 됐을까요. 가톨릭신문 국장님이 북경에서 평양으로 못 들어오고 대기하고 있었던 일이 기억나는군요. 북에 들어오면 붙잡힌다는 괴소문 때문에 신부님들이 먼저 들어가 분위기를 보고 팩스를 보내면, 그때 뒤따라 들어오기로 했더라고요. 신부님들께서 어떻게 하셨냐고요? 도착 즉시 팩스를 보내셨죠. 여러분들은 와보니 어떠십니까? 이런 뒷이야기를 어떻게 아느냐고요? 만나자마자 서로 다 솔직히 말해왔거든요.”
북측 대표의 회고담에 만남의 장은 더욱 격없는 웃음과 대화로 채워졌다.
금강산 일대에서 가진 남북 종교인들의 만남. 1박 2일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종교인들은 식사와 금강산 등반을 함께 하며 삼삼오오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갔다. ‘하기로 했는데’ 못했던 공동사업 등에 관한 이야기들도 이어졌다.
남북 관계에 관해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이 선’에서 벗어나면 만나지 않겠다는 식의 태도가 아니라, 서로 만나 갖가지 대화를 지속할 때 함께 나아갈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새삼 떠오르는 조언이었다.
‘두 나라’라고 하지만 실제는 하나. 같은 언어를 쓰니 통역도 필요 없다. 누구든 만나고 대화할 수 있다. 그 무엇보다 통일은 나만의 일도, 너만의 일도 아니다. 우리 민족의 공통 숙원이다.
하지만 더 이상 ‘필요하다’, ‘해야 한다’, ‘협력하자’ 등의 구호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는 것에 남북 종교인들 모두 공감한다. 작은 일이라도 함께, 꾸준히 하는 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통의 관심사를 발굴하고 작은 일부터 연대하는 실질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만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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