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따사로운 봄이 오면 토요일 하루를 날 잡아 초등학교 동기동창생들이 야유회를 가서 우정을 다집니다. 서울 사는 제가 대구에서 관광버스로 떠나는 야유회에 갔다 오려면 많은 정성을 쏟아야 합니다. KTX 왕복 교통비가 만만찮고 전날 밤에는 대구로 내려가야 합니다. 참가비를 내면 총무가 멀리서 왔다고 교통비를 지원해주지만 그만큼을 더 얹어서 동기회 발전기금으로 되돌려줍니다. 토요일 자정을 넘어 귀경하면 다음날 하루 종일 녹초가 되지요.
얼마 전 출장차 내려간 대구에서 친구들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나는 멀리서도 오는데 고향에 살면서 참석하지 않는 친구들이 섭섭하다”고 했을 때 “안 간 게 아니라 먹고살기 바빠 못 갔다”는 한 친구의 답변이 가슴을 찌릅니다. 기업 사장, 공무원, 대기업 직원, 교사하는 친구들과 관광버스를 못 탄 날품팔이, 영세자영업자, 행상하는 친구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주5일 근무가 시행된 지 오래지만 모두에게 해당되지는 않습니다. 일요일 하루밖에 못 쉬는 이들의 눈에 토요 야유회는 과반수 의견이라는 구실로 치르는 ‘저것들만의 잔치’에 불과합니다. 초등학교 동창회가 유일한 동창 모임인 그들은 가난하고 능력이 없어서 예나 지금이나 소외받고 자존심까지 상해 제대로 말도 못 하고 삽니다. 주일을 지키기 위해, 주일에 푹 쉬고 좋은 컨디션으로 출근하기 위해 토요 야유회에 한 표를 던진 저 자신이 정말 부끄럽습니다.
“나에게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마태 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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