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66년만에 최초로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대만의 마잉주(馬英九) 총통이 만난 역사적 사건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뜨겁다. 대부분의 언론은 중국-대만 정상회담의 전격적 성사 배경으로 양 정상의 정치적 셈법을 계산하기에 바쁘다. 대만의 마잉주 총통이 이끄는 국민당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총통 선거에서 야당인 민진당에 승산이 희박해 보이자 양안 정상회담을 통해 지지율을 끌어올리려 한다는 분석이다. 반면 중국 시진핑 주석도 대만 독립을 주장해 온 민진당 집권을 막기 위해 국민당의 마잉주에게 힘을 실어주고 남중국해 문제에서도 협조를 얻으려 한다는 것이다.
최근의 정치적 국면만을 놓고 보면 이는 틀린 분석이 아니다. 그러나 좀 더 긴 안목에서 중국과 대만은 이미 사실상의 경제통합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정치적 대결구도 가운데서도 경제교류를 활성화하는, 정경분리적 접근이 이러한 양안관계의 원동력으로 작용해온 것이다.
양안관계의 역사는 정치적 대결과 경제적 교류의 파노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58년 한 달 넘게 이어진 중공군의 금문도 포격으로 대만에서는 44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1996년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발생한 미사일 위기는 대만 해협의 군사적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양안관계를 보는 양국 정부의 입장 또한 극단적으로 갈렸다. 중국은 통상(通商) 통항(通航) 통우(通郵-서신왕래)의 3통 정책으로 대만에 대한 영향력을 극대화하고 중국경제에 대한 대만의 의존도를 높이고자 했다. 반면 대만은 불접촉, 불담판, 불타협의 3불(三不) 정책을 내세워 중국의 흡수 기도에 대응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이후 대만이 본토의 친척 방문을 허용하고 90년대 들어 경제교류가 본격화하면서 경제분야의 양안관계만큼은 황금기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90년대 중반 중국의 둥펑(東風) 미사일이 대만의 가상 목표물을 조준해 날아가는 동안에도 대만 경제부는 기업인들의 대중국 투자를 승인했다. 또 미사일 위기가 끝나자마자 대만의 까오슝(高雄)과 중국의 하먼(夏門)을 잇는 무역직항로를 열었다. 이후 2010년 양안경제협정(ECFA) 체결로 중국과 대만은 사실상 경제통합 단계로 접어들었다.
정경분리 원칙에 입각한 중국-대만의 경제교류는 정치적 대결국면이 재현되더라도 되돌릴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양안 경제교류를 통해 기업인들은 정치적 대결의 완충지대에서 평화를 일구는 파수꾼이 됐다.
내년 1월 총선 결과에 따라 양안관계의 변화는 불가피하겠지만 경제교류가 중단되거나 급작스럽게 줄어드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양안관계의 발전은 기업인들과 민간단체가 앞장선 경제교류의 확대가 정치적 화해를 앞당기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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