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 이렇게 뼈에 사무치는 것인지 미처 몰랐습니다. 4년 전 82세로 하느님 나라로 가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새록새록 더해 갑니다.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소용돌이인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으로 상처받은 사람이 너무나 많은 세월을 어머니께서는 사셨습니다.
저희 어머니만큼 어려움을 겪으신 분도 드물 것 같습니다. 시어머니, 시아버지, 남편을 차례로 잃고 23살에 혼자되신 후 오직 하나 아들만 바라보고 살아오신 어머니! 남자들도 해내기 힘든 온갖 농사일을 하시면서 누구의 전교가 아닌 31살에 스스로 찾은 신앙은 어머니의 정신적 지주였습니다.
십 리 길마다 않고 주일이면 하시던 일 멈추고 저를 데리고 미사에 참례하셨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무척이나 춥던 날 너무 추운 나머지 울면서 어머니 손에 이끌려 성당에 가던 일이 생각납니다. 미사 후 장터에서 먹던 국화빵과 알사탕이 지금도 아련히 떠오릅니다.
어릴 적 잠을 자다 깨어 보면 어두컴컴한 방에서 묵주기도를 하고 계신 어머니를 자주 뵙곤 했습니다. 그 기도는 돌아가시기 얼마 전까지도 계속되었습니다. 그러한 어머니의 정성으로 올바르게 성장했고 결혼을 하여 두 아이를 두었습니다.
“너는 성가정을 꼭 이루어야 한다”고 늘 말씀하시던 어머니! 어머니의 바람에 응답하듯 아내는 신자가 아니었지만, 결혼 후 세례를 받았고 아이들도 차례로 세례를 받았습니다. 또한, 어머니로부터 시작된 우리 집안의 가톨릭 신앙은 점차 퍼져나가 고종사촌 동생이 예수회 사제로, 가족 30여 명 모두가 세례를 받아 가톨릭 집안이 되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이런 큰 기적의 주춧돌이 되신 어머니와 큰 은총 주신 우리 주 하느님께 감사할 뿐입니다.
저희가 맞벌이를 하게 되어 육아는 자연스레 어머니께서 맡으셨습니다. 아침, 저녁기도는 물론 어린이 미사 참례 등 신앙교육과 가정교육에 모범이셨던 어머니! 주변에 어려운 사람을 보면 도와주지 못해 노심초사하셨던 어머니! 며느리가 작은 실수라도 한 후 어쩔 줄 몰라 하면 직장 다니는 며느리의 마음을 편하게 해 주기 위해 늘 충청도 사투리로“어뗘?”(괜찮다)를 연발하시면서 매사에 너그러우셨던 어머니….
세월은 그 무엇도 가로막지 못했습니다. 영원히 함께 지내실 것 같았던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지 4년이 되었습니다. 어머니의 향기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시간이 가면 갈수록 커지는 것은 어머니의 굳센 신앙과 희생의 결과라 느낍니다. 어머니의 평범하면서도 고귀한 삶의 결과 같습니다, 오늘도 어머니를 애절하게 그리워하면서 어머니의 영원한 안식을 기도합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많이 뵙고 싶습니다. 하늘나라에서 뵙는 그날까지 편안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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