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떠난 남편의 고향에 내려와 사는 한 여인의 외아들이 유괴돼 살해됩니다. 그녀를 절망의 늪에서 구해낸 사람들은 목사와 신도들입니다. 그들의 끈질긴 선교로 그녀는 하나님을 알게 되고 마침내 살인범을 용서하기 위해 교도소로 찾아갑니다. 그 자리에서 “저는 이미 하나님께 용서를 받아 홀가분합니다. 자매님도 어서 빨리 하나님을 믿고 마음의 평화를 누리세요”라는 살인마의 뻔뻔한 말을 듣습니다. 주인공은 피해자인 자신이 용서하기도 전에 먼저 그 살인마를 용서한 하나님을 원망하고 저주하며 신앙을 버립니다. 영화 ‘밀양’ 이야깁니다.
우리 가톨릭신자들의 신앙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왜 성당에 다니십니까?’라는 물음에 대다수 사람이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서’라고 대답합니다. 그 평화는 서로 간의 사랑과 용서를 통해 이뤄지는 주님의 평화(요한 14,27)가 아니라, 그저 자기 마음의 평안과 식솔의 안녕을 의미하는 세속적인 평화입니다. 결국 그런 평화를 얻는다는 것은 자기반성은 오간 데 없이, 남의 처지야 어떻든 나와 내 가족만 챙기려는 이기적 최면 걸기에 불과합니다.
이처럼 한참 번지수가 틀린 신앙은 사랑의 하느님, 자비의 하느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게 틀림없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은 마태오 복음 5장을 통해 먼저 용서를 구할 사람에게 “제단에 예물을 드리려 할 때 너에게 원한 품은 형제 생각나면 어서 가 그 형제와 화해를 하고~”(가톨릭성가 213번 1절), 그리고 사랑을 베풀 사람에게는 “제단에 예물을 드리려 할 때… 너희는 네 형제를 먼저 용서하라~”(2절)고 말씀하시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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