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가 줄어들고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올해 정부의 합동 신문을 거쳐 보호 결정 대상이 된 탈북자는 978명으로 나타났다. 월평균 98명 수준이다. 국내에 들어온 탈북자 규모가 처음으로 월평균 100명을 넘었던 것이 2003년이니까 12년 만에 처음으로 100명 미만으로 감소했다는 것이다.
탈북자가 줄어든 이유는 여러 가지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이후 북중 국경의 경계가 강화된 것이 첫 번째 이유로 꼽힌다. 탈출루트의 첫 관문이 닫히면 탈북자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탈출을 감행하려면 과거보다 훨씬 값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고위험 고수익)의 원리는 자본주의 오염을 두려워하는 북한에서도 마찬가지다. 과거에 비해 소수의 사람들만 탈북열차에 올라탈 수 있게 된 것이다.
북한 사회에 만연한 시장화 덕택에 굳이 위험한 탈주를 감행하지 않고서도 그럭저럭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도 탈북자 숫자가 줄어드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사적인 경제활동을 사실상 용인하는 최근 분위기 탓에 시장에서의 구매력도 생겨나고 있다. 한 마디로 경제적으로만 따지면 북한 사회도 먹고 살 만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말이다.
세 번째 이유로는 한국에 들어온 이후 탈북자들이 여기저기서 겪는 사회적 냉대와 경제적 곤궁함이 북한 주민들에게도 알려져 한국행을 꿈꾸는 사람들의 숫자가 줄고 있다는 사실이 꼽힌다. 한국 정착 과정에 실패한 탈북자들이 신분을 위장해 유럽 국가들에서 난민 신청 행렬에 가담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마음에 걸리는 것은 세 번째 이유다. 북한의 식량 사정이 나아지고 사회적 안정을 되찾으면서 탈북 행렬이 줄어든다면 그럴 수 있으려니 해도 좋다. 그러나 탈북 선배들이 한국 사회에서 이등시민화하는 모습이 탈북 계획을 접거나 한국행보다는 제3국행을 선택하게 되는 이유로 작용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대중매체를 통해 보여지는 탈북민에 대한 시선은 다양하다. 경찰과 몸싸움을 하며 삐라를 날리기도 하고 짙은 화장에 짧은 치마를 입고 둘러앉아 북한에서 겪은 희한한 일들을 주제로 수다를 떨기도 한다. 어느 경우에도 호기심과 거리감이 ‘우리’와 ‘그들’ 사이에 존재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과연 우리는 ‘먼저 온 통일’이라고 일컬어지는 탈북민들을 향해 ‘다름’보다는 ‘같음’을 강조하고 배척하기 보다는 포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을까. 공존과 포용을 위한 정부와 민간의 자원은 적절하게 배치되어 효율적으로 배분되고 있을까. 선뜻 고개를 끄덕일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2만8000명의 북한동포들조차 우리 사회에 온전히 포용하지 못하면서 통일이 대박이라고 외치는 것은 위선에 가깝다. 우리는 과연 통일을 이야기할 자격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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