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화해를 위한 새로운 돌파구가 열렸다. 12월 1~4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주교회의 민족화해주교특별위원회 방북단에 따르면, 내년 예수 부활 대축일부터 서울대교구 사제가 평양 장충성당에서 정기적으로 미사를 봉헌할 수 있도록 북측과 협력하기로 했다고 한다.
1988년 평양시 장충동 선교구역에 장충성당이 건립된 지 실로 27년 만에 전해진 기쁜 소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분단 70년 만에 거둔 쾌거를 이뤄내기까지 드러나지 않은 곳에서 땀 흘려온 모든 이에게 깊은 감사와 축하의 마음을 전한다.
비록 이번 방북 결과가 오랫동안 한국교회가 힘을 기울여온 사제 상주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지만, 그간 한 걸음도 제대로 내딛지 못하던 남북관계에 비춰볼 때 새로운 주춧돌을 놓았다는데 의미가 있다.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를 단장으로 한 방북단의 이번 평양 방문은 그동안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를 필두로 한국교회가 추진해온 북한과의 교류협력 사업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전환점을 마련했다. 아울러 민족화해를 위해 벌여온 기도운동과 인도주의적 교류협력 사업을 더욱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할 디딤돌을 더하게 됐다.
하지만 주교단의 방북이 낳은 의미 있는 걸음이 장도로 이어질지는 낙관하기 이르다. 남북 교류에 있어서는 그 어느 때보다 큰 진전을 이뤄냈지만 그 걸음 하나하나에는 ‘남북 당국자 간에 이견이 없는 한’이라는 단서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우리 역사에서 어렵지 않게 봐왔던 것처럼 당국의 정치적 판단과 이견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민족화해를 위한 우리의 걸음이 이 땅에 주님의 나라를 넓히는 길이라고 믿는다면 이번 방북으로 열린 걸음이 끊이지 않고 이어질 수 있도록 남과 북, 모든 믿는 이들의 기도와 실천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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