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첫발을 내디뎠을 때 만난 언론계 대선배가 계십니다. 신문사 간부와 대기업 홍보이사를 지낸 후 자기 사업도 순탄하게 꾸려가던 분이셨지요. 그분은 스무 살도 더 어린 저에게 언제나 ‘김형’이라며 높임말을 쓰면서도 참된 삶의 방향을 가리켜 주셨습니다. 그때 저는 ‘명사(名士)란 저래야 하는 거구나’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분을 존경합니다.
영혼이 메마를 때면 분도출판사가 한국천주교회 창립 200주년을 기념해 편찬한 신약 성경을 읽습니다. 그러면서 높임말을 구사하시는 지극히 겸손하신 예수님을 만나 크게 위로를 받지요.
우리처럼 낮춤말과 높임말을 구분해 쓰는 나라는 거의 없습니다. 하느님이신 예수님께 대한 경외심으로 인해 낮춤말로 군중을 가르치시는 예수님으로 번역한 여러 가지 우리말 성경을 탓할 수도 없고 탓해서도 안 된다는 건 잘 압니다. 하지만 신성을 철저하게 감추시고 인성을 환히 드러내셨던 예수님이 만약 동방예의지국 이 땅에 오셨다면 높임말을 쓰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예수님 탄생을 간절히 기다리는 대림절입니다. 죄 많은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몸소, 게다가 가장 비천한 인간의 모습을 취해 오셨던 예수님은 그때와 똑같은 어법으로 오늘도 우리를 위로하며 부르십니다.
“수고하며 짐 진 여러분은 모두 나에게로 오시오. 내가 여러분을 쉬게 하겠습니다. 나는 온유하고 마음이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서 배우시오. 여러분의 영혼이 안식을 얻을 것입니다.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습니다.”(마태 11,2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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