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주교좌본당 대표전화번호 뒷자리 ‘1784’는 우리 믿음살이가 시작된 해를 상징합니다. 231돌을 맞은 우리 믿음 공동체는 외국인 선교사들의 희생정신과 신앙선조들의 순교 열정에 힘입어 눈부시게 성장했습니다. 더욱이 요즘 우리 교회는 매우 역동적이어서 전 지구 형제자매들로부터 부러움까지 사고 있지요.
어문기자 노릇을 한 제가 오지랖이 넓어서일까요? 오랜 기간 외래 신앙과 신심 운동이 전파되면서 파생된 우리 말글들의 상흔들이 눈에 띕니다.
성가 가사를 읊어 봅니다. ‘너를 고대하도다’ ‘네게 대한 믿음’ ‘네 성혈을 주소서’ ‘네 성심과 같게 하소서’ ‘네 안에 나의 영혼 쉬게 하소서’ ‘네 아들 예수 희생 보사’ ‘네 머리를 꾸미오리’ ‘네 수난 공로’에서 하느님 예수님 성모님을 손아랫사람을 가리키는 ‘너’와 ‘네’로 표현한 게 거북스럽습니다. 인사를 나눌 때 쓰는 “영육 간에 안녕하길 빕니다”라는 말도 영 찜찜하네요. ‘어느 경우든지 관계없이’라는 의미로 ‘간’이라는 의존명사를 썼는데 ‘모두’라는 단어가 어울립니다. ‘일치를 살다’와 같은 직역 투 말글도 거리낌 없이 쓰입니다. 직역 투 문장은 주어와 술어의 부적합성으로 혼란을 초래하지요. 순교 신심과 관련하여 ‘증거하다’라는 국적불명의 말글도 난무합니다. ‘증거’는 ‘근거’ ‘재료’를 나타내는 명사로 ‘하다’라는 동사를 취할 수 없습니다. ‘입증하다’ ‘드러내다’로 하면 무리가 없을 겁니다.
아름다운 한글살이로 신앙 토착화를 이룬다면 우리 믿음살이는 훨씬 풍성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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