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입국한 조선노동당 간부에 따르면 김정은은 집권 초기 노동당 서기국에 최고 엘리트 30여 명으로 구성된 여론조사실을 신설했다고 한다. 김정은이 운영하는 여론조사실은 자신이 지시한 특별 사안에 대해 기존의 조직을 거치지 않고 직접 파악, 보고하게 하는 암행어사와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고 알려졌다.
2013년 3월부터 북한은 한미 연례 군사훈련인 키리졸브 훈련을 비판하며 개성공단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5월 2일 남측 잔류인원 7명이 최종 귀환함으로써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이 잠정 폐쇄됐다. 그런데 북한은 당초 강경한 태도와 달리 유화적인 태도로 돌변, 8월 14일 남북 간에 개성공단 정상화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고 폐쇄 4개월여 만인 9월 16일 개성공단은 재가동됐다.
개성공단에는 북한 근로자 5만3000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이들이 생계를 책임진 주민의 수는 20여만 명이다. 북한 인구의 1%에 해당하는 숫자다. 김정은이 호기롭게 개성공단을 폐쇄했지만 한 달이 지나자 개성지역 물가가 급등하기 시작했고 3개월이 지나자 북한전역의 물가가 30%정도 올랐다고 한다. 김정은은 개성 상황을 여론조사실을 통해 파악했는데 물가 앙등은 물론 폐쇄 6개월이 지나서 개성에 적절한 배급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주민소요가 예상됐다는 것이다. 북한은 1990년대 중반 경제위기 이후 사회주의 체제의 근간인 배급제가 완전히 붕괴되었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으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지면 생존을 위해 주민들은 반발하게 돼 있다.
김정은은 협동농장에서 농산물을 생산하던 방식에서 몇 개의 농가가 책임지고 생산하고 국가에 세금을 납부하는 ‘분조제’를 도입함으로써 농업생산력을 향상시켰다. 이는 짧은 기간에 그의 권력을 안정시켰다. 분조제 도입은 개인을 경제단위로 삼는 계획경제 개혁의 시발점이다. 중국을 비롯해 사회주의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이행한 국가들은 모두 농촌에서 농가를 중심으로 개혁을 3년 정도 실시해 생존을 확보한 후, 공업부문인 도시개혁에 나섰다. 이때부터 개혁의 성패가 좌우된다.
분조제 도입은 농업생산력의 향상으로 나타나 북한 주민들이 식량위기는 겪지 않을 것이다. 이제 김정은은 북한 주민들에게 먹는 것 다음을 해결해 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경공업 생산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야 한다. 경공업 생산을 제 궤도에 올리기 위해서는 자본이 필요하고 인프라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그런데 북한에 이에 필요한 돈이 없다. 개발을 위해 주변국들과의 협력이 절실한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북한의 여론조사실이 남북경제협력의 위력을 간접적으로 전달했듯이 주민생활 향상을 위해 김정은이 포기해야 할 것이 대남 무력 도발이라는 사실을 어떤 형태로든 일깨워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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