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서있다. 이때에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것은 반성과 성찰을 넘어 영원한 생명에 이르는 새로운 희망을 나누기 위함이다. 단순히 지난 시간을 추억하는 차원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으로서 삶을 되돌아보며 잘못된 좌표를 수정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다.
2015년 한 해를 돌아보면 얼마나 하느님 나라를 향한 길에 보탬이 됐는지 후회와 아쉬움이 적지 않을 것이다. 교회가 그토록 목청 높여 반대하던 밀양 송전탑은 눈물밖에 남지 않은 촌로들의 가슴 한가운데 세워졌고, 제주 해군기지는 역설적이게도 강정이라는 마을을 세상에 알렸다. 지난 11월 14일에는 ‘민중총궐기 대회’ 중 농민 백남기(임마누엘)씨가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지금도 사경을 헤매고 있다. ‘헬조선’이라는 말이 자조가 아니라 일상이 될 정도로 희망보다는 암울함과 그로 인한 눈물이 넘쳐났던 것만 같다.
그런 가운데서도 교회는 희망의 푯대를 놓치지 않았다. 분단 70주년을 맞은 올해 교회는 기어이 얼어붙은 민족 화해의 여정에 새로운 물꼬를 텄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주교특별위원회 소속 주교단이 12월 1~4일 역사상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으로써 평화의 메시지를 우리 사회는 물론 세계 곳곳에 퍼뜨렸다. 수도자들이 함께한 가운데 밀양역 광장에서 이어지는 송전탑 반대 촛불문화제는 벌써 200여 회를 넘겼다. 제주교구와 전국 방방곡곡 뜻있는 이들이 힘을 모아 세운 성프란치스코 평화센터도 지난 9월 강정마을에 문을 열었다.
우리는 하느님 나라라는 희망을 사는 그리스도인이다. 무수한 좌절과 절망 속에서도 희망이 있기에 새로운 용기를 낼 수 있다. 주님께서 한국교회와 신자들에게 심어주신 복음의 씨앗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다가올 새해에는 희망을 나누는 일에 모두 함께할 수 있길 바란다. 그것이 복음을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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