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정의라는 것이 있기는 합니까? 왜 아직도 진정한 사과는 없는 것인가요?”
겨울비가 내리는 저녁, 서울 명동에서 열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제1차 청문회를 바라보던 유가족들이 탄식하며 울부짖었다. 청문회가 한창인 건물 현관 앞에는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가 벌어지고 있었다. 다가올 성탄을 앞두고 하느님의 축복으로 가득한 명동 일대 분위기와 대비되는 풍경이어서 취재 내내 더욱 마음 아팠다.
이 땅의 ‘정의’를 생각해보자면 한숨이 나오는 현실이다. 올해 한국교회 안팎에서 벌어진 일련의 시국 사건들을 되돌아보면 세월호 유가족들의 절규가 다시금 절절하게 느껴진다.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한 ‘민중총궐기’만 해도 그렇다. 경찰은 살수차를 동원해 시위대 속한 노인에게 물대포를 직격했다. 교회가 경찰의 과잉진압을 규탄했음에도 정부와 여당은 단 한차례의 사과도 없었다. 원인에 대한 성찰은 없이, 단순히 현상만을 놓고 ‘과격 폭력시위’로 몰아세웠을 따름이다.
그뿐인가. 일방적인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뻣뻣함’은 그리스도인들로 하여금 “그리스도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원초적인 질문을 또다시 던지게 만든다. 자신들의 권력과 자본을 지키기 위해 ‘정의는 내팽겨쳐도 좋다’는 식의 논리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를 힘 빠지게 만든다.
‘정의’는 결코 철학적이거나 이행하기 힘든 개념이 아니다. 진정어린 사과와 반성을 하고, 미래를 위해 서로 이해하고 손을 잡으면 이뤄진다. 성탄을 맞는 이 시점에서 내년에는 꼭 이 땅에 그리스도의 정의와 사랑의 정신이 충만하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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