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이 제가 쓰는 일요한담의 갈무리가 됩니다. 독자 여러분들과 가톨릭신문사 여러 관계자들의 해량으로 졸고를 게재할 수 있었던 데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올해는 제 인생에서 아주 특이한 해입니다. 저는 삶의 여건이 많이 바뀌어 새로운 도전들에 맞닥뜨렸습니다. 지난 2월에는 8년간 공부해온 바오로딸 통신성서를 마쳤고, 10월에는 대학 졸업 이후 30년간 봉직해온 신문기자 노릇도 정년을 맞았습니다. 이달 말 발행되는 겨울호를 끝으로 한국평협 계간지 ‘평신도’ 편집장직에서도 물러납니다. 또 2년간 봉사해온 가톨릭신문출판인협회 회장직도 이미 차기 회장을 선출해 다음 달 중순에 이양할 예정이며, 10년간 수행했던 한국순교자현양회 여러 분과장직들도 올해 마감합니다.
돌이켜보면, 모든 게 은총의 세월이었습니다. 우선, 크게 부족한 제가 큰 봉사를, 그것도 기쁜 마음으로 할 수 있었던 게 은총 덕분이지요. 또한 저는 교회 내 여러 활동을 하면서 구체적으로 많은 은총을 체험했습니다. 해낼 수 있을까? 남들이 도와줄까? 상대방이 기뻐할까? 하지만 무상으로 베푸시는 은총에 힘입어 모든 게 기우에 불과했던 거지요.
요즘 저는 그간 기도 없이 바삐 살아서인지 영혼이 매우 메마르다는 것을 스스로 느낍니다. 이제 저는 하느님께 다가가기 위해 모든 활동에 영적 힘이 되었던 기도하던 시절로 떠나렵니다. 하느님은 강한 분이시지만 기도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지시기 때문에 신앙인에게는 무엇보다 기도가 가장 중요합니다. 기도는 하느님을 무너뜨리고 무너진 인간을 바로 세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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