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예수님.
사랑이 가득하신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리며, 소외된 가족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신 조환길 대주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12월 12일 토요일, 발달장애인 부모대학을 수료한 엄마 12명과 자녀 11명, 그리고 이우석 부제님과 함께 졸업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전날인 금요일에 비가 와서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비가 오면 어떡하지. 비가 온 뒤라 날씨가 추우면 우리 아이들이 다니기가 힘들 텐데…, 어떡하지.” 하며 괜한 걱정을 했답니다. 그러나 사랑이 가득하신 하느님은 우리에게 가을 하늘보다 더 푸른 하늘과 바람 한 점 없는 따뜻한 날을 주셨습니다. 일반인들과 여행을 가면 우리 아이는 늘 튀는 아이였습니다. 계속해서 소리를 내고 이리저리 아무렇게나 뛰어다녀서 늘 “조용히 해라, 가만히 있어”라고 주문하면서 아이를 통제하기 바빴습니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는 발달장애아들과 엄마들만 가서 조용히 시킬 필요도 통제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아이의 튀는 행동은 그냥 좋아서 하는 행동으로 이해하고 웃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런 엄마의 마음들이 똑같아서인지 엄마들은 다들 편하게 다녔고, 그래서인지 아이들도 다른 때보다 차분하고 재미있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올 한 해 동안 저희 발달장애인 가족들에게는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먼저 일회성 부모교육이 아닌 16주 과정의 부모교육이 두 차례나 열렸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하는 방법이 맞나, 나 나름으로 최선을 다해 아이를 지원하고 가르치고 있는데 늘 뭔가에 부족함을 느껴왔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부모대학을 통해 다른 어머니들의 교육방법도 들을 수 있었고, 다시 한 번 이론적인 면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엄마의 입장이 아닌 자녀의 눈높이에서 아이에게 맞는 적절한 지원이 더 중요하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각자 소속된 본당에서는 미사를 드릴 수 없어 신앙생활을 쉬고 있던 저희를 위해 매월 첫째 주일 오후 4시 대구시 남구 성토마스성당에서 ‘발달장애인 가족 미사’가 지난 5월에 시작됐습니다. 미사에 참례한 많은 어머니가 눈물로 감사의 미사를 드렸습니다. 아이들이 떠들어도 눈치 보지 않고 마음 놓고 기도할 수 있었고, 일반 아이들이 초등학교 3학년이면 하는 첫 영성체를 20살이 넘어서도 모시지 못했던 성체를 집에서 지속해서 교육을 한다는 조건으로 우리 아이들이 모실 수 있었습니다. 엄마들은 ‘우리의 간절한 기도가 하늘에 닿은 것 같다’며 감사해 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이 보시기에 참 좋았다”라는 성경 구절이 실현되는 순간인 것 같아, 제대 위에 둥글게 서서 미사를 드릴 때면 감사의 눈물이 절로 나옵니다.
또 한 가지,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는 발달장애아 엄마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기도모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매주 화요일 오후 2시에 함께 모여 소공동체 복음 7단계 양식에 맞춰 기도모임을 가지면서 복음 말씀 안에서 서로의 아픔을 나누고, 서로를 위해 기도하는 모임을 꾸준히 가지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엄마들이 좀 더 편하게 기도모임을 가질 수 있도록 조그마한 방도 따로 마련해 주신다고 합니다. 아이를 데리고 그 흔한 카페에도 갈 수 없는 저희들에게 서로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저희만의 사랑방 같은 공간을 마련해 주신다고 하니 이 또한 기적이 아니겠습니까?
이처럼 2015년 한 해 동안 저희들에게 기적과 같은 많은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이 모든 것이 교회 안에서 이루어져 더더욱 감사드립니다. 글을 맺으며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교회 안에서 상처받고 쉬고 있는 교우들이 다시 이 따뜻함 속에서 함께 하느님을 찬미하며 기쁜 마음으로 신앙생활을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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