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라는 단어를 100% 이해하는 이가 있을까. 자비란 하해(河海)와 같이 그 영역이 넓어서 사랑을 실천한다는 말로는 부족할 것만 같다.
이러한 와중에 자비의 희년을 맞았다. 각 교구장 주교들의 신년메시지는 한결같이 ‘자비’를 가리킨다. 희년을 맞아 하느님 자비를 체험하고 그 신비를 이웃에게 전하라는 내용이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자비를 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으로 “다른 생각을 지닌 사람들과도 공존하고 친교를 나누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남남갈등과 같은 거창한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같은 직장 안, 성당 안에서조차 반목하는 우리 구성원의 자화상에 대한 우려일 것이다.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도 “적대감을 갖는 사람들이 되지 맙시다”라며 같은 문제에 대해 당부했다. 서로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적대감마저 갖는 우리들의 모습은 직장과 성당, 사회를 차갑고 경직된 분위기로 만들고 있다.
진나라로 가던 도중 양식이 떨어져 밥을 먹지 못했던 공자와 안회의 일화가 생각난다. 안회가 쌀을 구해 밥을 지었는데, 공자가 부엌을 들여다보다가 밥을 한 움큼 먹고 있는 안회의 모습을 보았다. 공자가 안회를 책망하자 안회가 “천장에서 흙덩이가 떨어져 스승님께 드리자니 밥이 더럽고 버리자니 아까워 그 부분을 먹었다”고 말해 공자가 후회했다는 이야기다.
보고 들은 것만이 꼭 진실은 아니다. 다른 생각을 가진 서로를 섣부르게 오해하고 결론짓지 말자. 절망과 불행, 후회만이 있을 뿐이다. 오해하기에 앞서 우리는 그리스도의 자비를 실천하며 자비의 희년을 살고 있는 신앙인들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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