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습니다. 벽과 책상에는 헌 달력 대신 새 달력을 가져다놓았지만 제 몸과 마음은 새롭기는커녕 더 지쳐있고 후줄근합니다. 새해를 맞을 때마다 오히려 더 강하게 늙어가는 듯한 느낌을 담담히 속으로 삭히는 일이 인생살이일까요?
중년기를 보내고 있는 저는 12월이 되면 제법 많은 송년회에 나갑니다. 의무적으로 참석하지 않을 수 없는 자리는 최소화하고, 오랜만에 만나서 반갑고 편안하고 자유로운 자리에는 거의 빠지지 않고 나가지요. 이번에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아무 거리낌 즐겁게 웃고 먹고 돌아온 후에 마음 한쪽이 시큰하고 저려옵니다. 심성이 고운 편이고 자신의 길을 성실하게 걸어오면서 각자가 가꾼 무르익은 세계를 가지고 있건만, 50대를 넘어서면서 절반쯤은 쪼그라드는 생계와 그늘진 노년 앞에 막막하고 고적한 속내를 조심스레 내비칩니다.
새해를 의미 있고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 작심삼일로 그칠지라도 마음을 다잡아 목표를 정하고 계획을 실천하다가 아쉬워하던 푸르른 삶은 어느새 나에게서도 내 지인들에게서도 차츰 멀어져가는 듯합니다.
나에게 남은 새날에는 높푸른 하늘 한구석, 빛바랜 낙엽들 속에 웅크린 채로 햇빛을 그리워하며 찬 겨울바람을 피하고 있는 허름하고도 가련한 삶들이 더 많이 눈에 띄어서 아파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이천여 년 전 예수와 붓다가 온 존재를 던져서 끌어안은 가난과 고통이 이제 나와 내가 아끼는 친구들 안에게 절박한 겨울로 깊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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