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밑에 전해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타결 소식은 당혹감과 함께 부끄러움을 불러일으켰다. 위안부 문제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인간의 존엄성은 물론 존재 자체와도 맞닿아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인류가 인류에게, 특히 가장 약한 이에게 가한 전쟁 범죄에 대해 어떤 자세를 지녀야 할지를 묻는 인류 보편의 문제인 것이다. 가장 보편적인 인권 문제이기에 결코 한·일 간, 또는 두 민족만의 문제로 치부될 일이 아니다. 따라서 인간 정신을 말살하고 인간을 비인간화시키는 전쟁 범죄를 ‘국가 간의’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 선언으로 끝내는 게 가능한 일인지부터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위안부 문제는 그 자체로 법적 시효가 없는 ‘반(反)인도적 범죄’이기 때문이다.
교회는 위안부 문제를 모든 인류를 사랑하시는 그리스도의 눈길로 대해왔다. 1월 1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생활하고 있는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을 찾은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유흥식 주교는 이 문제에 대해 “반인륜적인 사건에는 시효가 없다. 교회가 끝까지 연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의정부교구가 ‘의정부 평화의 소녀상’ 건립에 참여했을 뿐 아니라 작은형제회는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앞 부지를 ‘평화의 소녀상’을 위해 내놓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피해자가 용서와 화해를 말하기 전에 가해자가 먼저 그것을 말하는 것은 2차 가해에 다름 아니다. 이런 기본 상식도 없이 윤리와 책임을 말한다는 게 가당한 일인가. 피해자들의 의사는 무시한 채 정부가 말하는 ‘시간적 시급성과 현실적 여건’이 무엇인지 납득시키지 못한다면 이 또한 인권 침해에 다름 아니다.
인간이기에 가지는 보편적 권리는 하느님 사랑에서 온다. 위안부 문제를 계기로 하느님 사랑을 살고 실현하는 길이 무엇인지 되돌아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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