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오전, 서울 성북구에 소재한 성가복지병원 주방은 정말 불난 호떡집 같았다. 무료병원인 성가복지병원은 매년 1월 1일 노숙인과 입원 환자를 위해 특식격인 떡국을 제공하고 있다. 1991년부터 시작했다고 하니 어언 26년째다.
재료를 가져와 다듬고, 만두를 만들며, 떡국을 끓일 육수를 삼는 일은 모두 인근 홀리데이인 서울 성북 호텔에서 나온 봉사자들 몫이었다. 호텔 조리사를 포함한 이들 봉사자들은 새해 첫날이면 병원을 찾아 환자들에게 맛있는 ‘호텔식’ 떡국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봉사자들의 중심에는 호텔의 양경선 대표 부부가 있었다.
부부는 1990년 호텔을 설립한 이래 직원들을 격려하며 봉사로 이끌고 있다. 자신들이 솔선수범해 나서니 직원들도 ‘울며 겨자 먹기’로 봉사에 나섰다가 봉사에 맛을 들인 이가 한 두 명이 아니라 한다.
부부는 떡국 봉사만이 아니라 병원 승강기 개보수를 지원하고 꾸준히 후원금도 전달하고 있다. 병원뿐만이 아니다. 서울 상암동 소재의 한 보육원에서도 짜장면 봉사, 시설 보수, 집기 제공 등 여러 방면으로 사랑을 베풀고 있다. 하지만 기자가 인터뷰를 요청하자 손을 내저으며 자신들이 하는 일이 알려지는 것을 한사코 꺼려했다.
성경에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마태오 6, 3)라는 말씀이 있다. 이 부부가 바로 성경의 말씀을 제대로 따라 자비를 베푸는 사람들인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미담을 발굴해야할 우리 기자들을 힘들게 하는 ‘얄미운’ 분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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