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여지없이 만원 전철에 오릅니다. 아직 동지가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두툼한 파카 깃을 목 위까지 여미고 집을 나서는 길은 컴컴하기만 합니다. 때로 따스한 새벽달이 어슴푸레한 하늘 저편에 둥실 떠있어 작은 미소를 짓게도 하지요.
저는 부평에서 돈암동까지 매일 두 번 전철을 갈아타고 출퇴근을 합니다. 등이 뜨끈해지고 땀이 솟도록 빠르게 15분 동안 걸어서 전철역에 닿으면, 기다리는 사람들로 늘 꽉 차 있습니다.
전철이 오면, 그 많은 이들은 망가지길 작정한 듯 안으로 쑤시고 들어갑니다. 키 작은 저는 수습기간을 보내던 시절엔, 직장에 당도하면 거의 초주검이 된 듯한 신체증상을 겪곤 했습니다.
그야말로 지독한 인간시루 전철에서 가장 크게 신경이 쓰이는 것은, 내 뒤통수에 핸드폰을 들이대고 몰입한 이들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점점 아둔하고 가물가물해져가는 뇌를 그 꺼림칙한 물건의 전자파가 꿰뚫고 집요하게 쑤시며 난도질한다는 신경과민에서 1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호흡기 질환자입니다.
‘사람은 꽃보다 아름답다’는 노래도, 하느님 모상대로 지어진 존엄한 존재라는 교회 가르침도 아무 소용없이, 옴짝달싹 할 수 없는 바로 곁이나 뒤통수에 대고 기침과 재채기를 하며 연신 코를 훌쩍이는 이들이 있으면 왠지 공중부양이라도 해서 멀리 가고 싶은 충동과 망상에 사로잡히곤 합니다.
그렇게 시작된 씁쓸한 하루가 바쁘게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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