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기간입니다. 학창시절 손꼽아서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방학! 아침에 억지로 일어나지 않아도 되고, 책과 준비물 가득한 무거운 가방을 짊어지지 않아도 되고, 지루한 수업시간 무너져 내리는 눈꺼풀 때문에 안간힘을 쓰지 않아도 되는 방학은 하루하루가 쫄깃하고도 아까운 날들이었습니다.
긴 가방끈에다가 대학에서 연구원과 강사로 일하고, 집에서 짬짬이 글쓰기와 번역으로 청년기와 중년기를 보낸 저는, 제법 방학을 누리면서 살았습니다.
대학은 초중고보다 그 기간이 두 배쯤 더 길기에, 돈은 쪼들렸지만 시간과 마음의 여유로움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넉넉했지 싶습니다.
사전에 나오는 방학(放學) 뜻을 보면 “학교에서 학기가 끝나거나 여름철 가장 더울 때와 겨울철 가장 추울 때인 학기(학년) 말에 수업을 하지 않고 학생과 교사가 모두 쉬는 것”입니다.
그렇죠. 공부(학습)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것이 방학이죠. 그런데, 예비수험생(고2)이 된 제 딸을 비롯하여, 한국 학생들에게 방학은 기가 차고 숨 막히는 때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방학에 더 집요하게 입시의 굴레 속으로 자의든 타의든 몸을 던집니다. 배운 것의 복습은 둘째 치고, 선행학습에 매달립니다.
제 딸이 이번 겨울방학 한 달간 풀겠다고 구입한 문제집과 학교에서 준 방학숙제집은 총 여덟 권입니다. 1주일에 300쪽짜리 2권씩!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하와처럼, 참 방학을 잃어버린 제 딸은 문제풀이 기계가 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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