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에는 퇴근길에 남편에게 간만에 문자 데이트 신청을 날렸습니다.
“오늘 맛난 치킨으로 한잔 콜?”
근무시간이 1시간 더 남은 남편이 제꺼덕 답을 보내왔지요.
“그러자.”
저는 우리 동네에서 제일 맛있는 치킨을 사들고 집에 와서 포장도 풀지 않고 고픈 배를 살살 달래며 남편을 기다렸습니다.
우리 부부는 맥주 2~3병을 나눠 마시면, 얼굴이 살짝 물들고 빙구 웃음을 흘리는 술에 약한 부류입니다. 그러나 술을 마시며 나누는 실없는 대화와 느슨한 논쟁을 즐기는 20년 지기 술친구지요. 복음서를 보면 예수님도 “먹보요 술꾼”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받으신 듯하니, 뭔가 깊은 동질감과 친근감을 느끼게 됩니다.
어제는 며칠 전 반가운 신부님이 친정아버지마냥 바리바리 싸주신 술 가운데 ‘적포도주’를 땄습니다. 코르크 마개로 되어 있어서, 우리 부부는 한 병을 때로는 재치 있게 추임새를 넣으며, 때로는 심각하게 인상을 쓰며 주거니 받거니 비웠습니다. 벌건 얼굴로 만원 전철에 냄새 풍기고 추운 길 따라 종종거리며 귀가할 걱정 없이, 한바탕 신선놀음을 즐겼습니다.
남편과 꿈 한 폭도 그렸지요. 울 딸이 손주들과 찾아올 작은 시골집과 텃밭을 마련하자고. 그 녀석들이 뛰놀다 들어와 동화책도 읽고 맘껏 뭔가를 만들거나 그릴 수 있는 자유공간을 꾸며보자고. 평소에는 우리 둘이 그곳에서 따뜻하고 향기로운 차와 커피를 마시며 글도 쓰고 번역도 하고 책도 직접 만들고 놀면서 늙어가자고. 아! 꿈만으로도 행복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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