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교 사목 중이던 사제가 휴가를 나와 맛있게 저녁을 먹은 뒤에 숙소로 돌아왔다. 방문을 닫자마자 사제의 두 눈에서는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우리 아이들은 밥도 못 먹고 있는데 나는 그 비싼 밥을 먹고 왔어”라 말하는 그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해외선교사들에게 휴가는 굉장히 많은 생각들을 하게 만드는 시간이다. 개인적인 재충전의 시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선교지에 필요한 각종 물품들을 구입하거나 후원자들을 만나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하고, 새로운 후원자들을 모집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휴가 중인 해외선교사제를 만났다. 다시 선교지로 떠나기 전에 이런저런 후원 받으려면 바쁘지 않냐고 묻자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아니라 답했다. 동료사제들도 그렇게 말하지만 후원을 받으러 다니다 보면 정작 자신이 왜 선교를 떠났는지에 대한 초심을 잃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받는 교회에서 주는 교회로’ 한국 천주교회는 정말 놀라운 성장을 거뒀다. 그러나 영성적으로도 놀라운 성장을 거뒀을까? 천주교 신자가 10% 정도라 선교대상 국가인 한국이 신자 비율이 70%를 넘는 가톨릭국가들로 선교사들을 파견하고 있다. 이는 과연 우리의 신앙이 그들보다 깊어서일까? 아니다. 그저 우리가 그들보다 경제적으로 부유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으려고 스스로 나팔을 불고 있는 것은 아닌지 늘 경계해야 한다. 하느님 자비의 희년에 세계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순수하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도록 스스로의 마음을 점검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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