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교회에서는 예수의 제자가 되고자 따라나선 많은 사람들이 모여 서로가 하느님의 형제자매임을 기뻐하며 형제, 자매라고 부른다. 그런데 실제 교회 안에서의 서로를 부르는 호칭을 들어오면서 그것에 대한 고민을 자주 해 본 적이 있다. 한국사회의 정서와 관습을 보면 오랜 세월 동안 이름을 부르는 것이 익숙하지 않는 문화였다. 그것도 나이가 연장자인 경우나 직위가 높은 경우, 같은 입장에서 대등하게 이름을 부르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결국은 하는 일이나 직책으로 부를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든다면 사장님, 교수님, 국장님, 의원님, 회장님, 위원장님 등등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이다. 이 문화의 뿌리에는 이미 상대방과 나와의 관계가 평등하지 않다는 것이 전제된다. 나이와 직위가 우선 되는 것이다. 또한 이름이란 내 것이지만 남이 더 많이 사용하는 것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그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못한다. 이름을 부를 수 없는 한국 사회에서 상대방을 어떻게 불러야 실례가 안 될지, 예의 없는 사람으로 취급받지 않을지 고민이 많다.
어떤 모임이 새로 시작되어 모르는 사람끼리 만나면 누구를 만나든 위, 아래를 따져야 한다. 그 나이에 따라 호칭이 결정되고 그제야 마음이 편해진다. 이런 문화가 교회 내에서도 고스란히 들어 와 있다.
교회 내에서 사적으로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호칭이 여성 교우들 사이엔 “형님”인 것 같다. 또한 본당이나 교구 평협 안엘 들여다보면 전원의 간부화처럼 느껴진다. 전직 회장님까지 포함해서 회장님이 너무 많다. 단장님, 위원장님도 엄청나게 많다. 게다가 교회 안팎의 개인 직위나 직업이 그대로 그분을 부르는 통칭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의원님, 교수님, 변호사님, 원장 수녀님, 부장 수녀님, 주임신부님, 국장 신부님 등등. 교우들 사이뿐만 아니라 사제, 수도자들도 이름 없이 직책으로 불리는 경우가 정말 많다.
이런 문제가 과연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던 가르침에 맞는 것인지 생각해 본다. 가난하고 어려운 일을 하시는 분들이 교회 내로 들어오면 교회 안에서도 여전히 주눅 들게 된다. 많은 분들은 평생 간부 한 번 못해 보고, 번듯하게 불릴 직업 한 번 가져 볼 수 없었기에 평생 자매님, 형제님으로만 불린다. 물론 이 호칭은 한국 가톨릭교회에서 교우들을 부르는 공식호칭으로써 하느님의 한 형제, 한 자매로서 평등성과 동등성을 전제로 하고 서로 높낮이도 없는 것이며 그렇게 부르라고 권고하신 호칭이다. 하느님 백성이라는 기본 정체성을 가지고 모인 교회 공동체에서 서로를 불러 주기를 바라는, 즉 예수의 정신을 이해하고 고민한 호칭으로 전례 내에서도 그렇게 쓰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분들은 단순히 형제자매라고 부르거나 자기의 직위로 불러 주지 않으면 마치 예의 없거나 자기를 낮추어 부르기라도 한 듯 기분 나빠한다는 것이 문제이다.
직위나 직업을 가지고 그렇게 불리는 것이 이 한국 정서에서는 잘못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런데 초기 한국교회 때 양반들이 종들과 천민들을 형제, 자매로 불러 주고 같은 자리에 앉게 하고 같이 먹고 마시고 함께 신앙생활을 했던 그 일을 두고 한국 신앙 선조들은 그것이 천국이었기에 목숨을 바칠 수 있다고 하셨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지금은 조선시대가 아닌데도 나의 정체성의 뿌리인 이름과 세례명은 어딜 가고 아직도 직위나 직업으로 불리면서도 그런 호칭이 마치 당연한 듯 여기는 문제를 함께 생각해 보고 싶었다.
힘들고 경제적 여유도 없고 지친 사람들이 교회 안에서 한 번도 간부를 해볼 기회가 없었거나, 평생 변변히 내세울 명성 높은 직업을 가지지 못했다 하더라도 교회 안에 만이라도 높음도 낮음도 없이 다 같이 부모님이 주신 이름, 가톨릭 신자로서 본받고 싶었던 주보성인의 이름 뒤에 당당하게 형제자매로 서로 불려 보고 사제와 수도자도 직책과 직위가 아닌 이름과 세례명이 붙어 불리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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