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맞춤 양복점을 운영하던 중 마침 옆 건물에 있는 당구장이 매물로 나왔기에 당구장을 운영할 생각으로 임대계약을 했다. 나 혼자서 운영할 수 없어 당구장 일을 맡아줄 여직원을 물색했다. 며칠 후 친구가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을 소개해 주었는데, 중학생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었지만, 당구장 일을 맡겼다. 그런데 당구장은 생각한 만큼 잘 되지 않았고, 여학생은 6개월 만에 그만두게 되었다. 나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당구장을 처분했는데, 올해가 처분한 지 40년이 되는 해다.
수년 전 하느님 곁으로 간 아내와의 결혼기념일에 울적해 하고 있는데 한 중년 여성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 여성은 대뜸 40년 전 양복점과 당구장을 운영한 적이 없느냐고 묻기에 “그렇다”고 하자, 가게 위치를 알고 싶다고 했다. 1시간쯤 후 가게로 찾아와 40년 전 당구장 일을 했던 학생인데 기억이 나느냐고 했다. 기억을 되살려보니 그 소녀가 맞았다.
“사장님, 저희 가족 모두가 성당에서 세례를 받았습니다.”
아주 기쁘고 반가운 소식이었다. 당시 우리 가족은 열심한 신앙생활을 지속했었다. 내가 뿌려놓은 영적 씨앗을 주님께서 수확하신 것이다. 그녀는 언젠가는 성당에 다녀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상황이 허락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다가 교리를 배우고 세례를 받았단다. 그러면서 일 할 당시에 집안 사정이 어려워, 몰래 금고에 손을 댔다면서 세례를 받고 신자가 되니 세월이 흘러도 그때의 잘못이 잊히지 않아 늘 속죄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성껏 준비해온 선물을 꺼내 내밀었다. 예수님께서 하느님께 기도하시는 이콘과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어린 시절 실수를 사죄하며 용서를 구하는 모습이 고맙기도 하고, 뭉클하기도 했다. 선물은 차마 거절할 수 없어 받긴 했지만, 봉투에 담긴 돈은 어려운 곳에 써주기를 바란다며 자선기금으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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