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참 못난 아버지입니다. 사실 대자가 몇 명인지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쌍둥이 대자들, 잘 지내니?”
전 중학생 때 견진성사를 받고, 교리교사를 할 때까지 많은 유아세례자의 대부가 됐습니다. 군 전역 후 진심으로 신앙을 이끌어 줄 자신이 없어서 가까이 지내는 이들 외에는 정중히 거절했었습니다. 그렇다고 가까이 있는 대자들도 잘 챙기는 대부는 아닌 것 같아 늘 마음이 무겁습니다.
저도 유아세례를 받았습니다. 대부님을 한 번도 만나보진 못했지만, 본당의 어느 형제님 둘째 아들이 저의 세례 대부라는 이야기만 전해 들었습니다. 다행히 견진성사 대부님은 실제로 “아버지”라고 부르며 살고 있습니다. 어찌나 든든한지요.
2년 전 딸아이가 태어나 유아세례를 준비하며 대모로 누가 좋을지 고민했던 적이 있습니다. 딸이 커가면서 가까이 지낼 수 있고, 마음으로라도 힘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이 참 좋겠다 싶었고, 마음에 쏙 드는 대모님을 찾아 영세할 수 있었습니다. 딸아이의 대모님은 세례식에 손 편지를 써서 왔었습니다. 봉투에 ‘오늘 세례를 받는 성례 마리아에게…’라고 적힌 편지는 저 자신을 돌아보게 했습니다. 나의 소중한 대자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신앙생활은 하고 있을까, 찾을 방법은 없는지….
“사랑하는 대자들아, 길에서건 성당에서건 마주쳐도 알아보지 못하겠지만, 못난 대부님이 소중한 대자들을 위해서 기도할게. 잘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해. 언제나 주님께서 함께하시길 기도 중에 기억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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