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는 1박2일 에니어그램 모임 도우미 노릇을 했습니다. 나는 누구인지, 어떤 길을 향해 노력하며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며 자아탐색기에 들어간 고교생들과 청년을 벗하며 ‘나를 찾아보는’ 여정에 동행했습니다.
사실 저는 20여 년 전 한국에 에니어그램이 처음 소개되던 때에 공부한 기억이 있습니다. 아홉 가지 유형 중 제가 어디 속하는지 똑떨어지지 않아 뭔가 몽롱한 기분으로 끝맺은 것이 아쉬웠습니다. 호기심이 발동한 저는 책들을 사보며 ‘도대체 내가 어떻단 말인가?’ 궁리를 했지요.
이번에 저는 많은 것들이 변했건만 제 본색은 ‘고대로’임을 깨달았습니다. 자기주장이 강한 사자 형과 움츠리는 거북이 형보다 의존적인 강아지 형에 속하는 저는 7번 유형입니다. 좋고 싫은 게 뚜렷해서 하고 싶고 먹고 싶은 것만 파고들고 고통은 외면하는 성향이 있답니다.
어려서는 좋아한 음식도 거의 먹지 않아 엄마 속을 엄청 썩였고, 학교 가기 싫으면 정말 배가 끊어지듯 아파 종일 앓은 적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재미난 공부를 만난 덕에 밥 벌어먹고 사니 참 다행이죠?
타고난 성질대로 살아온 저는 하루를 미소로 마감하려는 중년이 되었습니다. 고통에서 도망치기보다 슬픔과 아픔을 고요히 안고 살아가는 오늘의 저는 아직도 실수 연발에 한심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저는 이 모습을 소중히 여기며 더 좋고 아름다운 내일을 꿈꾸며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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