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는 반복된 일상을 잠시 멈추고 평소 만나지 못하던 친지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그 귀한 때가 언제부턴지 시집과의 갈등으로 이혼율을 폭증시키는 괴물처럼 바뀐 까닭은 시대 탓일까요, 인심이 사나워진 탓일까요? 깊이 고민해볼 문제지요.
그런데 제 경우 두 시누이는 말려서 더 얄미운 존재가 아닙니다. 두 분은 ‘예수의 작은 자매의 우애회’ 수도자예요. 혼례식 때는 외국에 체류해서 나중에 첫인사를 했지요. 막냇동생인 남편을 귀여워했기 때문인지, 저한테도 좋은 언니처럼 대해주십니다.
이 수녀회는 가장 가난한 이들이 갖는 직업을 갖고 그들과 같은 음식을 먹으며 이웃에 삽니다. 큰 형님은 멕시코에서 노숙자들의 벗으로 지내다가, 지금은 부천에서 외국인 노동자들과 이웃으로 살며, 생선 내장을 제거하고 세척하는 일로 시급을 받고 있지요. 작은 형님은 대구 병원과 장례식장에서 5년 넘게 청소부로 일하다가, 지금은 필리핀 빈민가에서 편모 가정의 이웃이 되어 그들과 함께 초를 만들고 판매하는 일을 합니다.
“가난한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시던 고 김수환 추기경은 힘들 때면 연락도 없이 불쑥불쑥 이 수녀공동체를 찾아 소박한 식사를 드시고 한참 쉬다 가셨다지요. 물질과 돈에 휩쓸려 살던 저도 오랜만에 형님들을 만나 대화하면, 허영과 탐욕의 때가 씻겨나가는 듯합니다.
명절의 반가운 만남으로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은” 본래 면목을 찾아갈 수 있으니, 진정 가난은 나쁘기만 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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