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릴 때 수제비를 참 좋아했습니다. 지금도 수제비라는 음식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추억이 있습니다. 어릴 때 작은 단층 상가가 따닥따닥 붙어 있는 곳에 살았었지요. 저희 아버지께서 운영하시던 가게가 그 상가 다섯 번째 집이었어요. 첫 번째 가게는 중국집, 두 번째 가게는 선술집, 세번째 가게는 유리가게…. 이런 식의 건물이었는데 유리가게 아주머니가 수제비를 참 잘하셨어요. 지금이야 옆집 음식 맛볼 기회가 드물지만 그 유리집 아주머니는 저녁식사시간이 되면 큰 대접에 수제비를 가득 담아오시곤 하셨었죠. 끼니 걱정을 해야 하던 시절이었기에 그 따뜻한 국물이 더 소중했을까요. 너무나 맛있어서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얼마 전에 종영한 TV 드라마에서는 1980년대 후반을 배경으로 다섯 친구들을 중심으로 한동네 사람들이 서로 어울려 사는 모습을 보여줬었습니다.
누구나 한번쯤 ‘저 때가 좋았어’ 하며 예전을 떠올려 봤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그 드라마를 보며 유리집 아주머니의 수제비가 생각났습니다. 음식을 나누며 ‘함께 살아가던’ 시절이었습니다. 제가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인지 전 그때가 그립습니다. 우리 식구뿐 아니라 이웃의 끼니를 함께 걱정하고, 나눌 수 있는 그 마음이 너무나 그립습니다. 지금은 그때에 비해 풍족한데도 나누는 것이 왜 이리 힘들까요.
매년 연말이면 심심찮게 무기명으로 거액을 기부하는 이들의 소식을 들을 수 있습니다. 또, 정말 가난하지만 나누는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장애를 가진 부부가 연금으로 받은 돈을 아껴서 모았다가 기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습니다. 단지 과거를 그리워하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요. 각박해진 세태를 탓하기 이전에 저 자신이 무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요. 아무 행동이 없던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우선 작은 것이지만 매년 홀쭉하게 냈던 사순돼지 저금통을 올해는 꼭 살을 찌워서 봉헌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층에 사는 이웃을 만나면 먼저 인사 해볼 것입니다.
보잘 것 없는 결심이지만, 이러한 결심을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어서 글을 써 봅니다. 각박한 이 시대에 우리들 자신은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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