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47년 만에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등장해 무수한 논란을 낳았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한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 제정안 표결을 둘러싼 국면에서 나온 것이다.
야당은 물론이고 시민사회단체, 종교계 등의 강한 반발에 부닥친 테러방지법은 테러단체 활동에 대처하기 위해 2001년부터 추진된 것이다. 테러방지법이 정부·여당의 주장대로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법이라면 굳이 지금 단독 처리를 고집할 일인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국민 안전과 직결된 문제는 여야를 떠나 모든 국민이 함께 지혜와 뜻을 모아야 할 사안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는 테러방지법에는 우리 국민이 어렵게 성취해온 민주주의를 과거로 되돌려놓을 수 있는 ‘독소조항’이 적지 않다. 국정원이 자의적으로 테러에 연루됐다고 의심하기만 하면 영장 없이도 금융정보는 물론이고 개인의 민감한 정보까지 수집할 수 있게 한 조항이 대표적이다. 국민의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 등을 쉽게 들여다볼 수 있게 한 조항도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
여당은 국정원 권한 남용을 막을 장치로 ‘대테러 인권보호관’ 1명을 둬 기본권 침해를 방지하겠다고 하지만, 1명이 거대한 국정원을 감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난센스가 아닐 수 없다.
교회는, 참된 민주주의란 제도와 절차를 넘어서서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 사회의 공동선을 얼마나 발전시키고 증진시키는가에 달려있다고 가르친다.
교회는 일관되게 민주주의를 옹호해왔다. 오랜 역사를 거치며 인간이 만들어온 질서 가운데 그나마 하느님 나라를 가깝게 보여주는 제도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시민의 자유와 평화를 보장하는 체제다. 지금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보려면 이를 살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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