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년 전 2월 23일, 한국 천주교회 최대의 박해인 병인박해가 시작됐다. 한국교회가 순교자들의 피 위에 세워졌지만, 병인박해의 참혹함은 쉽게 짐작할 수 없을 정도다.
세세한 묘사를 보지 못해도 전국적으로 휘몰아친 규모와 그로 인해 희생된 교우들의 수 등만 짚어도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그 박해가 시작된 것이 1866년, 8000명에서 많게는 1만 명에 달하는 교우들이 목숨을 잃는다. 당시 조선의 교우 수 절반에 해당하는 수였다. 그로부터 불과 20년 뒤, 1886년 한국교회는 그토록 열망하던 신앙의 자유를 얻는다.
서울대교구는 150년 전인 당시 스러져간 거룩한 순교자들을 기억하면서 올 한해를 기념한다. 그 시작으로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과 주교단, 사제단이 공동으로 집전하는 개막미사를 2월 23일 명동주교좌성당과 병인박해 관련 성지 세 곳에서 일제히 거행했다. 특히 염 추기경은 개막미사를 통해 가장 가난하고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신앙을 증거한 신앙 선조들을 기리고 본받을 것을 당부했다.
기리고 기념하며 기억하는 일은 단순히 과거의 어느 한 순간을 회상하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예수 그리스도의 단 한 번의 희생 제사는 세상 끝날까지 되풀이되면서도 매번 새롭게 재현되고, 그것이 곧 그리스도인들의 신앙과 삶으로 구현된다.
마찬가지로, 신앙 선조들의 삶과 죽음은 그 후손들인 우리의 마음과 정신, 삶과 죽음 안에서 순간순간 새롭게 되살아나야 한다. 그럴 때에 우리는 위대한 신앙의 선조들에 부끄럽지 않게 순교의 정신을 살아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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