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회한 지 30년째가 되는 올해 나는 처음 정식으로 본당 소임을 받았다. 본당수녀로서 누리게 되는 행복들이 여러 가지가 있을 것 같아, 상상을 해 본다. 그중에서도 으뜸인 것은 예수가 누구신지를 알려 드리고 그분을 제대로 만나게 해드려 참 제자로서 행동의 변화, 삶의 변화로 연결되는 교우들을 만나는 일일 것 같다.
그런데 지금까지 가톨릭교회의 한 일원으로서, 또한 교회 내의 다양한 소임터에서 만난 많은 이들을 보면서 마음 한구석에 늘 아쉬움이 있었다. 그 아쉬움이란 많은 신자들이 ‘신앙생활이란 영적 생활로만 생각하거나 미사에 열심히 참여하고 신심단체에 가입해 그 모임에 충실히 출석하고 어떤 기도를 일주일 동안 몇 회를 했는지를 보고하고 착하게만 살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을 보는 일이다.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사회생활이나 직장생활에서 가톨릭 신자로서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이들이 많다. 이 나라 국민으로서 자주 국가와 지역사회에서 불거지는 걱정스런 불의와 아픈 일들, 직장에서 벌어지는 정의롭지 못한 일들 앞에 마주 서지만 그런 사건 앞에서 예수의 제자로서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신자가 아닌 이들과 차이가 없을 때가 많다.
심지어, 더 심하게 왜곡하여 교회의 가르침과는 상관없는 내용을 큰 목소리로 나팔수처럼 사회를 향해 외치는 경우도 왕왕 보게 된다. 가톨릭 신자들이 정치적 사안이나 사회생활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 마치 그 자체가 안 되는 일처럼 앞장서서 폄하하거나 항의하는 일도 보아 왔다. 그런 일들을 통해 예수의 제자로서 살아가길 스스로 약속하며 세례 때 교회에서 신앙을 청하고, 영원한 생명을 믿는다고 고백하고 입교한 신자들이 왜 그런 태도를 보일까 종종 생각해 보았다.
그러다가 발견하게 된 점이 있었다. 유아영세 후 체계적인 재교육의 부재로 삶과 신앙생활이 분리된 것과 성인 예비신자 교육과정이었다. 교구에서 여러 해 예비신자들을 위한 봉사자 교육을 담당했던 필자는 교회 안의 예비신자 교육과정을 깊이 볼 기회가 많았다. 지금까지 나온 거의 모든 예비신자를 위한 교재나 사제, 수도자, 평신도가 맡아 했던 예비신자 교육과정 안에서 하느님의 자녀가 되고자 하는 이들에게 우주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또한 국제 사회, 한나라의 국민으로서, 지구라는 공동의 집에서 살아가는 거주민으로서 어떻게 살아가고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은 소홀히 하거나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교황청에서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을 위해 발간한 가톨릭 교회 교리서의 제3편 ‘그리스도인의 삶’에 대한 심화 부분이나 ‘사회생활을 위한 윤리, 즉 사회교리’같은 부분은 거의 다루어지고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예비신자 교육과정의 짧은 기간 안에 가르쳐야 할 부분이 너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전의 가르침을 받았던 사제, 수도자들과 그들이 양성했던 다음 세대들의 사제, 수도자들(현재 중년 혹은 베이비 붐 세대)이 함께 현재 한국교회의 예비신자 교육을 맡아 왔었다. 이들이 예수제자로서의 대사회적인 삶의 행동 기준이나 사회교리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인 JPIC(Justice, Peace, Integrity of Creation : 정의, 평화, 창조보전) 양성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그리스도 제자로서의 사회생활에 대한 그리스도인 역할이나 행동들을 소홀히 하고 그렇게 가르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어떤 시대보다 그리스도인들의 ‘세상에 대한 빛과 소금’의 역할이 필요한 시대라고 본다. 우주적으로, 국제적으로, 국가적으로 시급하고 중대한 정의의 문제가 쏟아진다. 교황님께서도 이 점에 대해 우리들에게 행동하기를 호소하신다. 지금이라도 사제, 수도자의 양성과정, 신자 재교육, 예비신자 교육 과정 안에서 올바른 사회교리가 심도 있게 다루어져 하느님의 나라가 이 땅에 펼쳐지는데 협력하는, 예수 제자의 공동체의 일원들이 많이 늘어나서 교회가 세상의 희망이 되어 주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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