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서 ‘회개’라는 주제로 글을 모집한다는 알림을 보고 용기 내서 글을 써 봅니다. 부활을 앞두고 저 스스로 다짐하고 있는 것들이 있었는데, 그 다짐들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회개’가 될 것 같았거든요. 이렇게 공개적으로 글을 쓰고 나면 앞으로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다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주말이면 성당에서 하루를 보내시는, 꽤나 열심히 활동하는 신자셨어요. 저는 그 신앙을 물려받아 세례를 받았죠. 이후 당연한 듯 성당을 다니며 성장했습니다. 대학 때는 주일학교 교사, 청년회 등등 활동도 많이 했어요. 그러다 결혼을 했습니다. 그리고 2년 전 겨울에 첫 아이를 낳았지요. 아이는 제가 지금껏 주님께 받았던 은총들 중 가장 큰 축복이었습니다. 감사하고 또 감사했었죠. 정말 눈물이 날만큼…, 건강하고 예쁜 아이를 주신 주님께 감사드렸었습니다.
하지만 마음과 달리 현실은 녹록치 않았습니다. 겨울에 아이를 낳았더니 산후조리 때문에 외출을 할 수가 없더라고요. 시어머님은 신앙이 없는 분이셨기에 성당에 간다는 저를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셨어요. “3개월만 찬바람 쏘이지 말아라”고 저를 생각해서 간곡히 말씀하시는데 감사하기도 해서 제 주장만 내세우기가 어려웠어요. 수유 때문에 아이를 누군가에게 맡겨두고 가기가 힘들기도 했었고요.
그렇게 1, 2주 정도가 지났을 때는 주일만 되면 날이 따뜻해지면 성당 가야지, 봄이 되면 가야지…, 하고 생각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건 너무나 정신없는 매일이 반복되는 것이었고 일주일 내내 아이와 씨름하다 보면 성당에 가기 보다는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져서 ‘다음 주에는 진짜 가야지’라며 차일피일 미루게 되었습니다. 날씨가 좋을 때는 아이와 나들이를 가서 못가고, 날씨가 나쁠 때는 아이와 움직이기 힘드니 성당을 못가고…. 쓰다 보니 이 글을 읽는 분들께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네요. 참 어리석게도 그렇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가끔 나들이처럼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서 성당 유아실에 가서 앉아 있기도 했지만, 성체도 모시지 못했고 고해도 드리지 못했죠.
남의 얘기인 줄만 알았던 냉담, 하지만 저는 어느새 냉담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냉담자로 또 한 번 추운 겨울을 보냈네요. 몇 주 전, 날이 제법 풀렸음을 느끼며 이제 제법 걸어 다니는 아이를 보고 있다가 문득 판공성사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해를 보고 죄를 씻어 내고…, 그렇게 새 봄을 새롭게 맞이해 아이의 손을 잡고 성당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제가 성당 마당에서 뛰어놀며 성장했듯, 제 아이에게도 그런 기억을 주고 싶네요. 너무 늦지는 않았겠지요. 이번 부활, 저는 새롭게 태어나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주님께 청하건데 다시 한 번 회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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