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동안 하느님을 모르고, 하느님 뜻과 다르게 살아가던 죄인이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하느님 뜻에 부합한 삶을 사는지 저 자신은 평가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최소한 교회활동에 열심히 봉사하고, 하느님 뜻이 무엇인지 알려고 하는 이 노력이 바로 회개의 삶이 아닐까 감히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저는 그동안 하느님과 완전히 먼 삶을 살아왔습니다. 학창시절에는 남보다 앞서기 위해 친구를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직장은 다니면서는 거짓말로 저를 포장해왔습니다. 남을 짓밟더라도 내가 잘 되면 아무 상관없다는 생각. 그것이 현명하고 올바른 삶이라는 착각 속에 살아왔습니다.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 토끼 같은 자녀 둘을 얻어 행복하게 살면서도 저는 ‘사장이 월급을 적게 줘서 이렇게 가난하고 불행하게 산다’는 불만에 사로잡혀 살았습니다. 무엇보다 술이 없으면 살지 못했습니다. 술을 마시고는 늘 주변 사람에게 큰 소리로 화풀이를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비신자이던 저는 가톨릭신자인 아내의 간곡한 부탁에 못 이겨 성당에 한 번 나갔습니다. 그날 저는 제 삶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형제님을 만나게 됐습니다. 처음 성당에 간 저를 친절히 안내하던 분이었는데, 몸이 조금 불편했습니다. 휠체어에 몸을 의지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엘리베이터 없는 성당에 빠지지 않고 나온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조심스레 물었습니다. “선생님은 왜 이렇게 열심히 성당에 나오세요? 가족들 도움 없으면 2층까지 올라가기도 힘드실텐데요.” 그 형제님은 활짝 웃으며 말했습니다. “하느님께서 저를 기다리고 계시는데 당연히 와야지요. 주일미사뿐 아니라 평일미사도 가급적 매일 봉헌한답니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면서, 그분이 직장에서 사고로 걷지 못하게 됐고, 재활치료 중 하느님을 알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비록 직장동료의 실수로 이렇게 못 걷게 됐지만, 저는 이 또한 하느님께서 주신 은총이라 생각합니다. 그 일이 없었다면 저는 하느님을 알지 못했을 것이고, 그저 죽은 채로 사는 것이었을 겁니다. 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정말 행복합니다” 하시던 형제님 말씀에 ‘하느님이란 분은 도대체 어떤 분이기에…’라는 의문이 들어 예비신자 교리반에 신청을 하게 된 것입니다. 벌써 20년 전 이야기입니다.
성당에 나간 이후로 저는 절대 술을 입에 대지 않습니다. 가족과 직장동료들과의 관계도 무척 원만해졌습니다. 성당 나가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지 모릅니다. 이제는 그 장애인 형제님의 말씀을 조금씩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느님을 모르고 살았던 지난 삶이 얼마나 고통이었나 생각합니다.
‘하느님께로 돌아서다.’ 회개의 의미는 아마 이렇게 요약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느님을 모르고, 하느님 뜻과 다르게 살아가던 제가 비로소 하느님 뜻을 알고 거기에 온전히 따르는 삶을 사는 것. 회개야 말로 진정 하느님나라로 가는 유일한 길이 아닐까요.
syhkkh@nate.com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