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세례를 받을 때만 해도 의욕에 넘쳤던 것 같습니다. 내성적인 성격인데도 나름 용기를 내서 성당을 찾았습니다. 미사포를 쓴 여성들의 모습, 그리고 속세에 찌들지 않은 듯한 검은 수단의 신부님 모습을 보고, 살면서 종교를 가지려면 성당에 가야겠다고 몇 년째 생각만 하고 있었거든요. 세례 후 몇 차례 성당에 나가니 단체 활동을 권유하더라고요. 성가를 부르면 하느님과 더 소통하는 듯한 느낌을 몇 차례 받았던지라 별 생각 없이 성가대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2~3달 성당에 갔는데 도무지 적응하기가 어려워 결국 발길을 끊고 말았습니다.
미사 시간은 너무 좋았습니다. 하지만 연습시간이나 미사 후 모임들이 저에게는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신앙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이 그렇게 파벌을 이뤄 서로를 경계하고 서로를 헐뜯는 시간으로 채워질 줄은 몰랐습니다. 성당 밖 모임들의 파벌보다 훨씬 더 심한 형태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자리들이 계속되더라고요. 저같은 신입(?)들은 양쪽 모임을 오가며 한쪽을 선택하기를 강요받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모여 성가를 부르며 하느님을 찬양하는데…, 그 시간들이 정말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신앙을 갖는데 하느님과의 관계만 생각했지 사람을 생각하지 않은 것이 제 불찰인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유와 목적이 무엇이든 사람이 다수 모이는 자리에 어떻게 문제가 없겠냐만은 막연하게 성당 안은 무한한 평화와 이해가 있을 거라고 섣불리 상상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 후 몇 년이 흐르면서 사람에게 상처를 받고 하느님을 떠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하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습니다. 사람은 어디서든 모일테고 그 안에서 어떤 식의 관계를 갖든 힘겹게 가진 하느님과의 끈을 놓치기는 싫더라고요. 그래서 이사를 계기로 새롭게 마음을 먹어 보았습니다. 교적도 옮기고 성사도 보고 기억도 희미한 교리를 다시 배우고 성경을 배워보고 싶습니다. 이 정도면 회개라고 할 수 있을까요. 하느님을 잘 아는 신자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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