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종교학을 전공한다는 소식에 고2 때 담임 선생님이 “종교는 믿으면 되지, 뭔 공부를 해?”하셨지만 실제 접한 종교학은 어마무시하게 재밌었습니다. 신학 석·박사 과정을 한다는 말에 주위에서 “취업에 도움도 안 되는 공부에 왜 그리 매달리냐?”는 비아냥거림까지 들었지만, 참 좋은 스승을 만나 공부한 것이 뿌듯하기만 합니다.
종교학을 공부하면서 눈에 보이는 현실 배후에 훨씬 더 크고 멋진 지평과 세계가 자리하고, 그것을 제 영혼의 심연과 제가 만나는 이들 속에서 찾을 수 있다는 사실에 매료되고 깊은 희열을 맛보았습니다.
제가 공부한 신학은 최신 것입니다. 종교들 간의 대화와 연대에 주목하는 종교신학, 인류사 초기부터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여성들을 대변하는 여성신학, 인간중심적인 틀을 벗어나 우주와 자연 속에 계신 하느님을 말하는 생태신학을 공부하며, 자기를 잘 이해하고 사랑해야 타자들과도 좋은 인연을 맺을 수 있음을 깨달았지요.
‘자아와 타자, 내 것과 네 것’이 만나고 어우러지는 학문과 체험세계를 걸어오면서 제 부족함과 실수에 수도 없이 엎어졌습니다. 그러나 허락된다면, 저는 이 배움의 길을 계속 걸어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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