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홍대’라는 말은 홍익대학교라는 대학을 뜻할 때보다 홍익대 주변 지역을 뜻할 때가 많다. ‘오후에 홍대에서 만나자’라고 하면 홍익대 캠퍼스에서 만나자는 뜻일 수도 있지만 홍익대 주변 어딘가를 약속장소로 잡자는 경우가 더 일반적이다. 여기서 홍대라는 지명은 서울에서 젊은이들이 밤낮 없이 거리를 가득 메우는 최고의 번화가를 상징한다.
3월 20일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홍대’에서는 서울대교구 청년들이 손에 이국적인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약 30분 동안 성지(聖枝) 행렬을 했다. 서울대교구 청소년담당 교구장 대리 정순택 주교가 청년들의 성지 행렬을 이끌었다.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출발해 동교동과 연남동을 거쳐 다시 가톨릭청년회관으로 돌아오는 1km 남짓 되는 거리였다. 3월 20일 낮은 더 없이 맑고 포근한 전형적인 봄날씨여서 홍대 주변에는 평소보다 더욱 많은 젊은이들로 넘쳐났다. 천주교 신자에게는 물론 비신자 청년들에게도 서울 최고 번화가에서 주교복장을 한 성직자와 청년들이 커다란 종려나무 가지를 하나씩 들고 성지 행렬을 하는 모습은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이날 성지 행렬에 참가한 한 청년은 소감을 묻는 질문에 “성지 행렬을 신기한 듯 바라보는 홍대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천주교에 대한 호감을 심어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의외의 답변이었다. 거리에서 종교적인 행위를 하면 ‘비호감’을 유발할 때가 많다. 호감을 심어줬다고 느낀 청년은 아마도 그리스도가 걸어간 구원의 발자취를 따르겠다는 성지 행렬의 진실된 의미를 알았던 것이 아닐까 싶다. 진실은 통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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