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라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끝이 없는 일인지 살림을 살아본 사람들은 잘 안다. 청소란 해도 해도 끝이 없고, 하고 나서도 표시도 별로 안나고, 다시 쉽게 어질러지고, 하지 않으면 금방 표가 나는 어찌 보면 끝이 없는 소모전 같은 일이다. 청소라는 범주의 많은 일들은 남의 눈에 잘 보이질 않는다. 누가 어디서 어떤 일을 했는지 알기가 어렵다. 그리고 귀찮은 일이다. 냄새 나고 더러운 곳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평소 수백에서 수천 명이 쓰는 공간인 성당이라고 해서 이런 일에서 예외가 아닌 듯하다. 많은 행사와 잔치 뒤를 따라가 보면 청소를 해야 할 일이 널려 있다. 본당이나 교구가 운영하는 어떤 곳이든 여러 장소에서 마주한 행사 뒷자리에서 느끼는 것이 참 많다. 많은 사람이 사용하고 떠난 뒷자리, 화려했던 행사 뒤 쓰레기로 전락한 물건들의 뒷모습들. 그것을 치우고 정리하는 일은 마치 나와는 상관없는 듯, 그냥 버려두고 총총 떠나버리는 사람들. 창조주 하느님을 고백하고, 세상 모든 피조물을 돌보라는 인간에게 주신 사명을 받아 들고 세상의 빛이 되어 비추어야 할 사명을 지닌 가톨릭 신자들이 쏟아지는 쓰레기를 버리고 치우는 문제에 대해 어떤 성찰을 하고 살아가는지 의문스럽다.
거창하게 창조영성이 아니더라도, 교황님의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무게가 아니더라도 지금쯤은 우리 신자들이 공동의 집인 지구를 위해서 각자 삶의 자리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올바른 성찰과 바른 행동을 하리라 생각해 왔다. 그런데 아직은 많은 분들이 공존의 시대인 지금 이 시대의 시급함이 무엇인지, 우리가 왜 소비문화에 반대해야 하고 생태문제에 귀 기울여야 하는지, 매일 쏟아지는 쓰레기 더미를 치우고 정리하는 일에 그리 관심이 많지 않는 듯하다. 그러다 보니 더 심각한 탈핵문제, 4대강 문제, 골프장 문제, 제주 강정 해군기지 문제, 송전탑 문제, 미세먼지 문제, 유전자 조작식품에 대한 문제, 방사능 오염 물질에 대한 문제 등등 쏟아져 있는 현안에 대해서는 더더욱 깊은 성찰이나 연대하길 꺼려하신다. 아니 어떤 분들은 오히려 그런 문제의 거론조차 거북해 하신다.
그렇지만 어디든 고마운 소수는 있기 마련이다. 성당이든, 행사장이든 그런 뒷자리에 말없이 묵묵히 어머니의 손길로 치우고 정리하고 분리하는 분들이 계신다. 또 앞서 언급한 사회적 문제에 온 몸을 다해 투신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그분들이 하고 있는 일의 고귀함에 대해 교회가 함께 격려하고 칭찬하고 더 나아가서 같이 하는 손길이 늘었으면 한다. 반갑게도 올 춘계 주교회의에서 생태환경위원회를 신설했다. 반가운 일이다. 우리 교회의 강론대에서 이런 내용이 많이 쏟아져 나와 신자들의 실천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더 나아가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셨고 숨은 일도 늘 보셨던 예수님처럼 우리 주변 숨은 곳에서 소리 없이 세상을 깨끗하게 해 주시는 분들, 피조물에 대한 돌봄에 삶을 바쳐 힘쓰시는 분들께 진정한 감사의 마음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가 자칫 놓치기 쉬운 숨은 고귀한 손길에 대해서도 볼 줄 아는 눈과 마음이 같이 있어야 할 것 같다. 큰 건물 계단에서 청소하시다 마주치기라도 하면 미안한 듯 비켜서는 청소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대우를 받고 계시는지, 가사 도우미들의 애환은 무엇인지 보고 들어주는 맘도 필요하다. 새벽을 가르며 비질을 하는 이웃들의 노고가, 피하고 싶은 험한 직업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공간을 누구보다도 위생적으로 바꾸고 아름답게 만드는 중요한 일을 하는 분들이라는 의식도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스승 예수는 그렇게 고단하고 숨어 있었던 사람들에게 다가가 애환을 들었고 함께해 주셨던 분이셨기에 그분을 만난 분들이 기뻐하며 따라 나섰었다. 오늘도 성당 어느 한켠에서, 사회 구석구석 우리들의 공동의 집을 치우고 매만지는 보이지 않는 손길들에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쓰고 버리는 일을 다시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이제 생태환경위원회도 생겼으니 가톨릭교회의 피조물 보호와 생명을 위한 큰 목소리를 기대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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