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6일은 1910년 안중근 의사가 일제에 의해 중국 뤼순감옥에서 사형이 집행돼 순국한 날이다. 그는 우리나라 침략의 원흉이자 동양 평화를 파괴한 이토 히로부미를 중국 하얼빈 역에서 처단했다. 안 의사는 “내가 죽은 뒤에 나의 뼈를 하얼빈공원 옆에 묻어 두었다가, 나라를 되찾거든 고국으로 옮겨다오”라고 유언을 했지만, 돌아가신 지가 106년이 지났는데도 그의 유해를 찾아 고국으로 모셔오지 못하고 있다.
안 의사의 유해를 발굴하기 위한 노력이, 2006년에는 북한 독자적으로, 2008년에는 남한 주도로 이뤄졌지만 모두 성과가 없었다. 유해 발굴을 위해서는 일본 측이 소장하고 있을 유해 매장지의 정확한 위치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뤼순감옥에서 1km 쯤 떨어진 공동묘지 발굴에 기대를 하고 있다.
그곳이 중국 영토인 만큼 그들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그런데 중국 정부가 남한과의 발굴에 소극적인 가장 큰 이유는 안 의사의 고향이 황해도 해주인 만큼 북한의 동의나 그들과 공동 작업이 필요하다는 고려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발굴 작업을 할 때에도 북한의 동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2008년 이후 안 의사 유해 발굴을 위한 쌍방의 논의는 거의 진척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갈등으로 안타까운 것은 안 의사 유해발굴에 그치지 않는다. 6·25전쟁도 전사자나 실종자 등이 고향으로 돌아올 때까지는 끝나지 않은 것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로 한때 실시됐던 북한 지역에서 전사한 미군 유해발굴 사업이 중단됐지만, 그보다 더 많은 국군 전사자와 북한 포로수용소에서 사망한 포로의 유해도 흩어져 있다. 최근에는 정전 후 북한 탄광에 배치됐다가 사망한 국군포로의 가족이 그곳을 탈출하면서 유골을 가져 온 적도 있다.
남한 산하에는 북한에 살고 있는 가족에게 돌아가야 할 인민군 유해도 남아 있다. 경기도 파주 적군 묘지에 묻혀 있는 유해를 비롯해 북한군이 남한 지역에서 사망한 전사자를 현지에 묻고 인적 사항과 매장 약도를 덧붙인 ‘희생자 등기표’도 존재한다.
그런데 북한 측은 지난 3월 16일 키 리졸브-독수리 훈련과 관련해서 “섬멸적인 선제타격전이 결코 빈말이 아니다”고 경고했다. 그들은 핵을 체제 생존과 결부시켜, 실전에 배치할 수 있도록 소형화와 경량화, 다종화를 강조하면서 협박하고 있다.
고 김수환 추기경이 생전에 남북관계를 바라보면서 “칼을 갈면 언젠가는 쓴다”라고 염려한 것처럼, 이러한 협박이 행동으로 이어질까 우려된다. 핵무기는 그 파괴력을 고려하면 한반도 평화는 물론 민족에 대한 도발이다.
남북한 관계는 전쟁협박이 아니라, 우선 전쟁위협이 없는 상태를 조성하는 것이 절실하다. 안 의사 등의 유해 문제도 남북한 화해와 협력, 즉 공존 속에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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