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물에 그 밥인데 누굴 뽑는다고 달라지나요?”
제가 다니는 성당 신자들과 정치 얘기를 나누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한 30대 초반 청년 신자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다가오는 ‘4·13 총선’에 투표하지 않겠다는 그에게, 저는 놀라서 여러 차례 투표할 것을 권유했지만 결국 실패했습니다. “투표장까지 가는 시간도 아깝다”는 그 청년은 다름 아닌 취업 준비생입니다. 몇 년 넘게 낙타가 바늘구멍 뚫기 만큼 어렵다는 취업 시장에서 고배를 마시다보니 다른 것을 생각할 여유도 없다고 하더군요.
그는 제게 하루에도 수십 개씩 이력서를 넣는다고 했습니다. 또 하루에도 몇 번이나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회사 측 휴대폰 메시지를 받는다고 합니다. 메시지를 받을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당연히 사회에 대한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겠지요. 젊은이들이 마음껏 사회생활을 하고 경제활동에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지 못한 기성세대 탓이기도 합니다. 또 정책적으로 실패한 정부 탓이기도 하겠지요. 청년들이 ‘정치권에 대한 환멸’을 느껴서 국회의원 선거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도 당연한 일로 보입니다.
젊은층이 선거 투표를 하지 않는 현상은 어제오늘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성당에서 열심히 활동하며 미사를 드리는 청년들마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참으로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최근 들어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불신이 우리 청년들 사이에 얼마나 많이 퍼져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비단 청년들뿐만 아니라 40~50대 신자들 사이에서도 ‘선거 무용론’이 퍼져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신앙생활만 열심히 하면 되지 우리가 사회 문제 같은 것에 굳이 신경 쓰고 살 필요는 없는 것 같다”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립니다. 최근 정치권에서 ‘국회의원 후보 공천 밥그릇 싸움’을 하느라 정작 경제나 복지 정책에는 무관심하다는 것을 언론을 통해 접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사회 문제에 적극 참여하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정치인을 선택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의무라고 합니다. 최소한 집에 배달되는 선거 정보와 후보 공약만이라도 유심히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내 표가 설령 ‘사표(死票)’가 될지라도 양심적으로 사회를 이끌어나갈 만한 사람에게 꼭 투표를 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야 조금씩이라도 사회가 바뀌어갈 수 있을 겁니다.
선거철이 다가올 때마다 각 본당에서 ‘선거 참여 캠페인’이라도 하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저 역시 게으른 탓에 그런 캠페인을 주도적으로 만들어나갈 생각은 못했습니다만 교회에서도 선거 투표와 관련해 ‘이론’으로 그치는 것 보다는 ‘실천’에 나서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 신자 분들이 많이 투표하셔서 민주주의와 그리스도 정의를 위한 실천의 길에 꼭 참여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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